핵연료 잔해로 매일 오염수 90톤 추가
완전한 처리에 100년 소요될 듯
일본 정부가 오늘(17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에 대한 10차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130만 톤(t)의 오염수가 남아있는 데다, 매일 90톤씩 늘고 있어 처리에만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나왔다.
일본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처리수 10차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10차 방류는 내달 4일까지 진행되며, 방류량은 종전 회차와 같은 7800톤이다.
도쿄전력은 측정·확인용 탱크들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트리튬) 등 방사성 물질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운영 기준치를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작년 8월 24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해 지금까지 약 7만 톤을 원전 앞바다에 쏟아냈다. 일본은 올해 10차 방류를 진행한 뒤 점검 작업을 거쳐 내년 2~3월에 11차 방류를 실시할 방침이다. 향후 30년간 오염수를 방류해 2051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을 폐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핵연료 잔해로 인해 오염수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어 일본 정부가 계획한 대로 수십 년 안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 원자로 바닥에 남아있는 핵연료 잔해는 880톤에 이른다. 이 잔해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온도가 높아진 핵연료가 녹아서 떨어지는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로 발생했다.
핵연료 잔해 제거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를 위한 핵심 작업이지만,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져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핵연료 잔해를 식혀주지 않으면 온도가 오르면서 다시 폭발하는 재임계 상황이 올 수 있어 일본 정부가 냉각수를 계속 붓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잔해와 냉각수, 지하수, 빗물 등이 섞인 오염수가 추가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매일 300톤씩 생성되다 지금은 하루 90톤 정도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버리는 속도뿐 아니라 매일 새롭게 차오르는 속도도 있는 만큼, 생각보다 오염수의 총량이 그렇게 많이 줄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달 3일 기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된 오염수 양은 130만3000톤으로, 사고 이후 도쿄전력이 보관하고 있던 오염수 133만 톤보다 약 3만 톤 줄었다.
핵연료 잔해 제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오염수 처리에만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을 지낸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꺼낸 잔해가 3g도 안 되는 것을 보면 일본이 핵연료 잔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는 듯하다”며 “잔해가 어디로 녹아들어서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몰라 처리에만 10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일본의 10차 방류에 대한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김종문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링 활동에 그간 빠짐없이 참여한 것처럼 IAEA의 확충된 모니터링 체계에도 적극 참여해 오염수 방류가 국민의 건강·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번 IAEA 확충 모니터링에 참여한 한국, 중국, 스위스, IAEA, 일본 분석기관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해수 시료를 직접 채취했다”며 “각 분석기관은 전문가가 직접 채취한 해수 시료를 전달받아 분석하고 IAEA는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결과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를 후쿠시마 현지로 파견한다. 우리 측은 IAEA 현장 사무소를 방문하고 10차 방류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 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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