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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 엇갈린 실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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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19 21:00:00 수정 : 2024-10-19 14: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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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반도체 겨울론’이 제기된 뒤라 저조한 성적표가 나오면 침체인가 하다가, 좋은 수치가 나오면 기우였나 한다. 중국과 인공지능(AI)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반도체 기업 실적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했다. D램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고,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공급 과잉 우려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시장에 우려가 번졌다. 

 

마이크론. 로이터연합뉴스

이를 처음 날린 건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2024회계연도 4분기(2024년 6~8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3% 늘어난 77억5000만달러(약 10조6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음 분기 매출 전망도 기존 82억8000만달러에서 87억달러로 높였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이 공시되나 반도체가 아닌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분석이 다수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15일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 실적이 발표되자 반도체 겨울론이 재점화됐다. ASML은 3분기 수주액이 26억유로(약 3조86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예상하던 53억9000만유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내년 매출 전망도 400억유로에서 300억~350억유로로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미세공정 과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은 ‘슈퍼 을’로 통한다. 장비 판매가 준다는 것은 반도체 생산 업황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러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방향을 짐작할 수 없게 됐다. TSMC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3252억6000만대만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2% 늘었다.

 

24일 발표되는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도 시장 전망치보다 높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적이 좋은 반도체 기업을 보면 공통적으로 AI 바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경우 HBM이 실적을 이끌었다. HBM은 AI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특수 컴퓨팅에 필요한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로,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과 장기 계약 체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도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다. TSMC는 엔비디아 칩 등 서버 AI 프로세서에서 매출이 올해 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반면 삼성전자는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에서는 TSMC에 뒤처진 상황이다.

 

중국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따라 중국은 첨단반도체를 못 만들지만 범용은 이야기가 다르다. 중국 반도체업체들이 D램,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등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고, 이는 시장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D램 1위 삼성전자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중국 업체들은 미국의 규제 강화에 앞서 D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ASML의 구형 반도체 장비를 최근 대거 사들였다. 지난 2분기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49%에 달했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구매가 상당 부분 줄면서 ASML 실적이 찬바람을 맞았다. ASML의 또 다른 ‘큰 손’ 고객인 삼성전자와 인텔도 부진으로 실적을 받쳐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AI 성공을 반도체 시장 전체 지표로 해석하는 것은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라고 전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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