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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는데… 일부 지자체, ‘한강’ 문학관 건립 추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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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6 20:09:40 수정 : 2024-10-26 2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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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한강父’ 한승원 작가와 기념사업 논의
“딸, 건물 등에 이름이 들어가는 것 원치 않아”
작가 뜻 반영…인문학 지평 넓히는 쪽으로 변경

전남 장흥군 “한승원·한강 부녀 작가 문학관 추진…
시간 지나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입장 전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줄곧 부녀의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을 하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건축물 신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 관계자는 최근 전남 장흥군 안양면에 있는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집필실(해산 토굴)을 찾아 한승원 작가와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사업을 논의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을 구매한 시민들이 계산대에서 결제를 기다리는 모습. 뉴스1

이 자리에서 한승원 작가는 “한강은 내 딸이 아니라 이미 독립적인 개체가 됐다. 장흥군에서도 (한승원·한강) 부녀 문학관 건립을 거론했는데, 딸은 모든 건물 등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이 태어난 광주 북구 중흥동에 ‘소년이 온다’ 북카페 등을 조성해 시낭송, 독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광주시는 작가 본인의 뜻을 반영한 아버지의 의견을 받들어 인문학 지평을 넓히는 쪽으로 기념사업을 변경했다. 

 

광주시는 시에서 사들인 무등산 자락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문학관을 짓는 등 기념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작가 본인이 사양하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광주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터를 매입해 북카페로 꾸미는 방안을 추진한다. 광주시는 북구 중흥동 한강 작가 집터를 매입하려고 현 소유주와 협의하고 있다. 단독주택이었던 이곳은 현재 상가로 바뀌어 휴대전화 판매점 등이 운영 중이다.

 

광주시는 ‘소년이 온다’ 북카페 등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고 책 읽는 문화를 활성화하는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매입 진행 상황에 따라 구체화까지 과정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강 작가가 이름을 딴 기념물 등을 사양한다는 전언에 따라 광주시는 북카페 명칭에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부각할 방침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아직 정리(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소년이 온다는 오월 정신을 세계의 정신으로 확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명칭으로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 뉴스1

강 광주시장은 기자들과 차담회를 하고 “전쟁에 주검들이 실려 나가는 데 무슨 잔치를 여냐”면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큰 기념관, 화려한 축하 잔치를 원치 않는다는 한강 작가의 말을 가슴에 담아 그 성취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원 작가는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사는 광주를 만들어 달라고 광주시에 요청했다. 광주시는 매년 시민 1명이 1권의 책을 바우처로 살 수 있는 정책을 선거법 안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기로 했다.

 

건축 중인 광주대표도서관·하남도서관, 유치 추진 중인 국회도서관 광주분원 등 공공 도서관을 확대하고 '광주 인문학 산책길'을 조성해 '소년이 온다' 북카페도 마련할 예정이다.

 

광주 인문 르네상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가칭 문화콤플렉스 조성, 독립서점 활성화, 2026년 전국도서관 대회 개최를 추진한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문학실에 마련된 한강 특별서가를 찾은 시민이 한강 작가의 책을 들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전남 장흥군은 “한승원·한강 부녀 작가의 문학관 건립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 장흥군수는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 방학만 되면 (아버지의 고향인) 장흥에 와서 여름에 모기 물리고, 겨울에는 농사일 돕다가 감기에 걸리고는 했다”며 “정서적, 마음의 고향은 장흥”이라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 기념관 등 건립에 반대한다는 전언에 부녀 문학관 건립을 당장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그 뜻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

 

김 군수는 “문학관 건립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며 “내년도 예산 사업은 사실상 끝났고 규모 등을 설정하는 용역을 맡긴다 해도 1년가량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한승원 작가와 지속적으로 교류해 함께 빛이 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장흥군은 단기적으로 천관문학관 운영을 위탁해 문학 기행 프로그램 등을 만들고 기존 한승원 산책로에 한강 작가와 관련한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김 군수는 “한승원 작가에게 부녀 문학관을 제안했더니 알려진 대로 딸이 이름이 들어가는 데 반대했다고 말씀하시더라”며 “다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장흥을 문학의 고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군의 입장은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군은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생가를 매입해 부녀 작가의 문학 자료, 사진 등 콘텐츠를 담아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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