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드러난 진실, 동거녀 ‘시멘트 살인’ 피의자 “혐의 인정”…범행동기는 ‘여성 외도’

법정서 혐의 인정

16년 전 경남 거제시 한 원룸에서 동거녀를 살해한 뒤 사체를 은닉한 현장. 사진=거제경찰서 제공

경남 거제에서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시멘트로 은닉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김영석 부장판사)는 3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8)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인정한다”고 말했다.

A씨는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손님인 B씨(사망 당시 34세)와 교제를 시작한 뒤 2007년 5월부터 거제시 한 옥탑방에서 동거했다.

이후 A씨는 B씨가 다른 남성과 이성적인 연락을 하거나 만난다는 의심으로 잦은 다툼을 벌였다. 그러던 2008년 10월 귀가하던 A씨는 다른 남성과 도망가던 B씨를 목격했다.

격분한 A씨는 B씨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소리 지르다 주방에 있던 냄비로 피해자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했다. A씨는 숨진 B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고 주거지 베란다에 옮겨 시멘트를 부어 은닉한 뒤 그곳에서 8년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범행은 올해 8월 해당 원룸 건물주가 누수공사를 진행하던 중 B씨 시신 일부가 발견되면서 밝혀졌다.

당시 경남 거제시의 한 원룸에서 누수 문제 때문에 내부 수리를 하던 집주인 B씨는 화들짝 놀랐다. 평소 다른 집에는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던 야외 베란다 쪽 시멘트 구조물을 부수자 커다란 여행용 가방이 나왔기 때문이다. B씨는 가방을 열어 확인한 순간 소스라쳤다. 가방 안에는 사람 사체가 들어 있었다. 16년 만에 살인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신고 접수 후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사체가 가방에서 발견된 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시멘트 구조물을 설치한 점 등으로 미뤄 살인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곧바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 집에 살았던 사람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사체의 신원도 확인됐다. 예전에 이 집에 살았던 적이 있는 30대 여성 B씨였던 것이다. 2011년 B씨의 가족은 B씨와 오래도록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도 했었다.

C씨는 2011년 B씨 실종 신고가 접수됐을 때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관계로 폐쇄회로(CC)TV 등 자료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씨를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체은닉 혐의를 제외한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C씨가 최근에도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확인해 같이 조사하고 있다.

이동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