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미시간 흑인교회 찾아 연설
마틴 루서 킹 말 인용 “통합” 강조
트럼프 지지율 하락 의식 투표 독려
“망할 것, 선거결과 훔치려” 막말도
높은 적중률로 주목 英여론조사 기관
“해리스로 판세 기울어” 발표에 주목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 마지막 주말을 보내는 방식은 판이하게 달랐다. 해리스 부통령은 러스트벨트 경합주 미시간의 한 흑인 교회에서 연설하고, 통합을 강조하는 유세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세 개의 주를 돌며 광폭행보를 했는데, 백악관을 떠나지 말아야 했다고 강조하며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을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전 마지막 일요일인 3일(현지시간) 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 미시간 디트로이트의 한 흑인 교회에서 “신(God)은 우리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서도 “그 계획을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며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역사의 호(弧·활)를 정의를 향해 구부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우리는 이틀 후면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힘을 가진다.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믿음뿐 아니라 발로 투표장으로 걸어가자”고 강조했다. 미시간 이스트랜싱 유세에선 “다양한 인종, 다양한 배경을 가진 우리는 여기 이 자리에 자유와 기회를 위해 싸우는 목적으로 모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가를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여성 표심을 의식한 듯 “생식의 자유가 없는 미래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서 미국의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남성들에게서 미국의 가능성을 본다”고 강조했다. 여성, 특히 2016,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히든 해리스’ 백인 여성들의 표심이 이번 대선에서 낙태권 등을 고리로 해리스 부통령에게로 모이느냐가 선거 결과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리티츠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현재와 같은 무능과 실패의 4년을 더 보낼 것인지, 아니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3년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백악관을 떠난 날 우리는 최고의 국경을 갖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백악관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하고, 이번 선거 결과의 사기 가능성을 재차 거론하며 “그들은 이 망할 것(this damn thing)을 훔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싸우고 있다”, “그들은 사기를 치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공화당 우세 지역인 아이오와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앞선 여론조사가 나온 데 대해선 “부패한 미국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모두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를 하루에 세 개씩 돌며 투표를 독려하고 민주당의 ‘선거 사기’를 주장하는 것은 2016, 2020년의 ‘샤이 트럼프’ 표심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날인 4일 저녁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에서 선거운동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한편 초박빙 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는 영국 여론조사기관의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국 여론조사 전문업체 포컬데이터가 지난 한 달간 미국 유권자 3만1000여명을 상대로 ‘다중레벨 회귀분석 및 사후 계층화’(MRP) 기법을 사용해 설문·분석한 결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네바다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 승리할 것으로 관측됐다. 새로운 여론조사 기법인 MRP는 대규모 표본을 기반으로 연령,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사용해 예상 투표 결과를 도출하는 통계 모델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와 2017년 영국 총선 결과를 맞혀 기존 조사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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