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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기업 매출 4년 만에 역성장… 코스피 시총 2000兆선 붕괴

입력 : 2024-11-13 18:19:03 수정 : 2024-11-13 22: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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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고용동향, 넉 달 만에 10만명 밑돌아
코스피 2.64%↓… 환율 한 때 1410원 넘어

내수·고용·증시 동시다발 악재

13개월 상승 수출과 내수 양극화
도소매·건설업 취업자 감소폭 커
‘그냥 쉬었음’ 역대 10월 중 최다

코스피 2417선 마감 외인 줄이탈
삼전 5만600원… ‘4만전자’ 위기감
수입물가도 6개월來 최고 상승률

한국 경제가 동시 다발적인 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주식시장 약세·환율 상승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의 ‘충격파’가 고용시장까지 미쳤다. 13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린 수출의 온기가 전파되지 못한 채 양극화가 뚜렷한 형국이다. 이런 악재를 반영한 코스피는 시가총액 2000조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10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만 3000명 늘어 4개월 만에 10만 명 미만의 증가 폭을 나타냈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직자들을 대상으로한 상담 서비스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내수 부진은 일자리에 직격탄을 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84만7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8만3000명 증가에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을 밑돈 것은 지난 6월(9만6000명) 이후 넉 달 만이다.

 

산업별로 보면 내수와 연관성이 큰 도·소매업과 건설업에서 부진이 지속됐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소매업 중심으로 14만8000명 감소했다. 이는 2021년 7월(-18만6000명)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건설업도 수주 둔화 등의 여파로 9만3000명 줄었다. 도소매업과 건설업은 각각 8개월, 6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도 3만3000명 줄어 4개월째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15∼29세) 고용 부진이 두드러졌다. 청년층 취업자는 18만2000명 감소했는데, 인구 감소 효과를 감안한 고용률(45.6%) 역시 0.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20대 후반 청년층 고용률이 72.2%로 0.5%포인트 줄며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08만2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2만1000명 늘었는데, 육아(-11만2000명) 등에서는 감소했지만 ‘쉬었음’(20만7000명), 가사(5만명) 등에서 증가했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44만5000명으로 역대 10월 중 가장 많았다. 특히 20대가 39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4000명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질임금 전환 등 민간소비 여건이 개선되고,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11∼12월에는 고용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수 부진 지속으로 정부가 전망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23만명) 달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내수기업의 사정은 좋지 않다. 상반기 매출은 4년 만에 역성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금융업 814개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내수기업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내수기업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2% 이후 처음이다. 내수기업 매출액을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으로 나눠보면 수출부문은 상반기 3.7% 증가했으나 내수부문이 2.4% 줄어 전체 감소를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후 추락 중인 증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한 수급 공백 장기화라는 악재마저 맞았다. 강달러에 외환시장의 불안도 계속됐다.

코스피가 나흘째 급락세를 지속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65.49포인트(2.64%) 내려앉은 2417.08에 마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외국인이 713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대장주’ 삼성전자는 2400원(4.53%)이나 폭락한 5만600원으로 마감, ‘4만전자’를 목전에 뒀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13일(2403.76) 이후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며, 시총은 1970조6632억원으로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000조원을 밑돌았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20.87포인트(2.94%)나 하락하며 689.6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코스닥이 7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8월5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1410원을 돌파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6.5원 오른 1410.0원으로 개장한 직후 1410.6원까지 상승하며 연고점을 재돌파했다. 직전 연고점은 전날 야간장 마감가 1409.9원이었다. 결국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1원 오른 1406.6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까지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상승은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뿐 아니라 수입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환율이 1300원대 후반까지 오른 지난 10월 수입물가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석 달 만에 반등해 전월 대비 2.2% 올랐는데, 앞으로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 일자리는 어디에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일자리정보 게시판에 여러 기업의 구인정보가 게시돼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7~9월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이어가다가 10월엔 10만명 아래인 8만3000명으로 내려앉았다. 이제원 선임기자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자 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각심을 가지고 엄중히 바라보고 있으며 불안 확산 시 안정을 위해 적시에 필요한 조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미국 대선에 따른 일시적 영향과 반도체 순환사이클 등에 따른 문제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증시와 환율 상황 등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수미·이진경·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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