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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치권 흔드는 그 이름 김태우 [여의도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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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6 12:30:00 수정 : 2024-11-16 11: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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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

 

2018년 12월 15일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한 김태우 전 특감반원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그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6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이름이 정치권에 다시 격랑을 일으킬 조짐이다. 그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로 공천을 받는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와 관련,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그를 휘하에 두고 있었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김태우 커넥션’을 재확인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김영선(전 의원)에 이은 김태우를 위한 윤석열의 공천개입,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했다.

 

◆경찰에 ‘지인 수사상황 문의’ 논란 후 의혹 35건 폭로

 

2018년 11월 말 KBS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 소속 직원 1명이 경찰에 찾아가 자신의 지인이 관련된 뇌물 사건 수사 상황을 캐물었다’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격랑의 시작이었다.

 

보도에 등장하는 문제의 특감반원이 바로 김태우 전 서울강서구청장이다. 그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찾아가 평소 알고 지내던 건설업자 최모씨에 대한 경찰 수사에 관해 캐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은 이를 부적절한 처신으로 봐 감찰 조사에 착수했고, 그를 검찰로 복귀시켰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감찰 결과를 보고받고 특감반원 전원 교체라는 강수를 둔다. 조사 과정에서 그 말고도 다른 특감반원이 최씨로부터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서다.

 

지난 2019년 1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수사관의 ‘일탈’로 끝나는가 했던 이 사건은 머지 않아 정국에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검찰로 복귀한 그가 각종 폭로를 이어가면서다.

 

그는 우윤근 당시 주러시아 대사 등에 대한 첩보를 보고했으나 여권 인사의 비위 의혹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묵살됐다는 주장을 포함해 총 35건의 민정수석실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징역 2년 실형 선고로 이어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나중에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의 비위에 대한 특별감찰을 조국 수석이 무마했다는 의혹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국정홍보비서관 등을 지낸 조국혁신당 윤재관 전략기획본부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패한 비리 검찰 수사관 출신이 검찰 뒷배를 믿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조국 수석과 정권을 공격했다. 목불인견이었다”며 “지금도 김태우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김태우 사건에서 부패한 검찰에 고개 숙이지 않고 메스를 가한 조국 수석에 대한 검찰의 칼춤이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정치인으로 변신…사법리스크에도 공천돼 당선

 

문재인정부 청와대에 대한 폭로를 ‘공익 신고’로 내세운 그는 2020년 미래통합당에 입당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해 총선에서는 민주당 진성준 후보에 밀려 낙선했으나, 2021년 8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한 뒤 이듬해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서울에 어떤 구청장 공천을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지 않냐 이런 말씀을 했다”고 밝혔는데, 이 의원이 언급한 구청장 후보가 바로 그다.

 

김 전 구청장은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한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로 인정돼 2022년 3월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상황이었다. 당선되더라도 형이 확정되면 구청장직을 잃을 우려가 컸으나, 공천장은 결국 그의 몫이었다. 국민의힘이 압승한 당시 지방선거에서 그 역시 민주당 후보를 2.61%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됐다.

 

지난 2023년 8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강서구 발산역 인근의 한 빌딩에서 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의원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부연했다. “‘강서구 당협위원장 셋이 다 (김태우 공천에) 반대하는데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은 맨날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지면 민주당을 돕는 일 아니냐’고 했다. 포항은 당협위원장·도당위원장 말 들어서 공천하라고 하고 강서구는 ‘그 사람들(당협위원장들) 이상하니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하니, 원칙이 아니라 되는 대로 말하는구나, 사람을 보고 인별(人別)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는구나 (생각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15일 MBC라디오에서 이렇게 반론했다. “그 시절에 대통령 당선인께서 이준석 대표에게 그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되돌아보면 답은 명약관화해진다.”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이 이 의원에게 공천 관련 부탁이나 대화를 할 정도로 원만한 사이는 아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철규 의원은 또 “김 전 구청장은 정권교체에 큰 밀알이 된 사람”이라며 “문재인정부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권력 핵심부의 불법을 세상에 알린 사람을 그런 식으로 폄훼하면 안 된다”고 했다.

 

◆특별사면 이어 보궐선거에도 공천…조국 “두 사람 다 응징될 것”

 

김 전 구청장의 사법리스크는 결국 현실화했다. 2023년 5월 대법원은 그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는 민선 8기 기초자치단체장 중 처음으로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그는 그야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것이다. 대법 판결로 구청장직과 피선거권을 잃은지 3개월밖에 안 된 시점이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연합뉴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응천 당시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보면 사법부는 김 전 구청장이 공익제보자가 아니라고 봤다. 김 전 구청장 사면처럼 확정 판결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식으로 사면권이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개별 사면 역시 대통령의 고유 정치적 결단이니까 실무자로서 상세하게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만 (중략)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라든가 유재수씨라든가 이런 부분들, 그리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일부 유죄 확정된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전 구청장은 심지어 자신의 형 확정이 원인이 돼 치러진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하게 된다. 당원과 강서구민 여론조사를 거쳐 그가 공천을 받은 것이다.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던 이철규 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저는 1차, 2차 회의를 하면서 후보를 내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다. 반발하는 당원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왜 후보를 내지 않는가 발표할 계획까지 세워놨었다”며 “그런데 당시 당 중진·원로들, 젊은 의원 중에서도 ‘후보를 안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당대표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반발 때문에 무공천 결정이 번복됐고, 경선을 통해 김 전 구청장이 공천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마치 외부의 힘에 의해서 공천하게 된 것처럼 알려진 게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웠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김 전 구청장은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 17.15%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올해 4·10 총선 전초전 의미가 부여됐던 이때 선거의 참패 여파가 한동안 지속됐다.

 

조국 대표는 김 전 구청장이 공천-낙마-사면복권-공천을 받은 과정을 두고 “윤석열은 8·15 특사로 김태우를 사면했다. 그리고 강서구청장 후보로 만들어줬다”며 “‘오야붕’ 윤석열은 자신의 ‘시다바리’ 김태우가 나로 인해 징계를 받자, 대신 자신의 다른 수하를 통해 나에게 복수했다. 나아가 윤석열은 김태우의 정치적 뒷배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영선에 이은 김태우를 위한 윤석열의 공천개입,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며 “두 사람 모두 공적 응징을 받는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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