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수백여대 지연 속출
강추위까지 겹쳐 시민 큰 불편
서울역 등 인파 몰려 혼잡 극심
“배차시간 길어져 귀갓길 지연”
KTX 등 일반열차는 정상운행
서울지하철 총파업 71%로 가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18일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하면서 열차 운행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었다. 수도권 등지에서 열차가 수십분씩 지연되면서 영하권 추위에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내에선 이날 오전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열차가 지연 및 불규칙하게 운행되고 있으니 급한 분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철도노조가 이날부터 태업에 들어가면서 수도권 일부 전철 운행이 지연됐다. 출근 시간인 오전 9시까지 상황을 집계한 결과 수도권 전체 650여대 전철 가운데 140여대가 10분 이상 지연됐고, 20분 이상 지연된 전철은 120여대 나왔다. 오전 11시 이후에는 1호선과 경의중앙선 등에서 일부 열차가 10분가량 지연되고 있다고 코레일은 밝혔다. KTX와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는 모두 정상운행했다.
열차 지연 소식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은 전날부터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지만, 월요일 일부 출근길의 혼잡을 피할 순 없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지연(32)씨는 “20분이나 기다려 노량진역에서 열차를 탔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해 용산역까지 한 정거장을 가는 데 15분이 걸렸다”며 “한 역에서는 거의 5분 동안 열차가 가만히 서 있어서 결국 회사에 지각했다”고 말했다.
열차 의존도가 높은 경기 일부 지역 시민들의 불편은 한층 심했다. 과천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박모(34)씨는 “결국 전철을 타지 못해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서울로 나와야 했다”며 “평소보다 30여분 출근이 지체됐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용산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윤사라(30)씨는 “집에서 7시에 나왔는데 사무실에 9시20분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걸린 셈”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용인시 기흥구의 수인분당선 기흥역 선로에서 난 불은 출근길 혼란을 더했다. 이 사고로 열차에 타고 있던 하행선 승객 600여명이 대피하고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퇴근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용산·서울역 등 인파가 몰리는 역 플랫폼은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용산역에선 “경의선 급행 열차가 불안정하게 운영되고 있으니 일반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됐다.
문산역으로 퇴근하는 회사원 정희연(29)씨는 “아침 출근 시간이 평소보다 30∼40분 더 걸렸다”면서 “경의중앙선은 포기하고 고속버스로 갈아타러 간다”고 말했다.
앞서 철도노조는 “기획재정부가 1566명의 정원 감축을 추진하면서 코레일의 인력 공백은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준법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21일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 등을 거쳐 다음 달 초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공사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이날까지 나흘간 진행한 쟁위행위 찬반 투표 결과, 조합원 9450명 중 7862명(83.2%)이 참여하고 5547명(70.55%)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19일 오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총파업 일정을 밝힐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퇴직자는 많은데 올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아 당장 내년 열차 운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파업 전까지 사측과 대화의 여지는 열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간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언주역∼중앙보훈병원역 구간) 노조는 28일 경고파업을 앞두고 있다. 9호선의 경우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은 민간업체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2·3단계는 서울교통공사의 사내독립기업(CIC)인 9호선운영부문이 운영 중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