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비대위장, 증원 협의 부인
“시한폭탄 의료정책 결자해지 필요
정부, 변하지 않으면 투쟁 계속”
여·의·정協 참여에도 회의적 언급
“전공의·의대생 비대위 의견 필요”
환자·시민단체 등 연대회의 출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의대생의 집단행동이 9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전공의 단체 대표 등 의료계 여러 직역이 참여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출범했다.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특히 정부의 ‘신뢰 회복’ 조치로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관련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변하지 않으면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정상화를 위한 의협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협의도 하지 않고 의협과 19차례나 협의했다고 보고한 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고한 자, 사직서 수리 금지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 기본권을 침해한 자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물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의협과 보건복지부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 (내가) 참여했지만 여기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누군가 윤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의협과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고 윤 대통령은 그들에게 속아 올해 4월1일 대국민담화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떤 분은 무조건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협의를 가장한 협의는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선 “전공의·의대생 등 비대위원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볼 때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전공의·의대생은 2025년 증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도 같은 입장이냐’는 질문에 “비대위원들이 모여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은 이미 상당히 늦었다. 의대교육은 파행됐고 이 후유증은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가 섣불리 합의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 이 정권은 10년 이상 가지 않는다. 2∼3년 뒤 다들 물러난다”며 “그러나 현장의 학생, 교수들은 계속 고통을 겪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증원을 찬성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의료계 일각에선 수시 미충원과 예비합격자 선발 인원 축소 등을 통한 올해 입시의 의대 정원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교육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방법으로라도 입학을 정지시키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 해결책은 정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특히 ‘시한폭탄’인 의료 정책을 멈춰 정부가 결자해지하라면서 “경영위기 등으로 파탄 난 지방 의료, 신규 의사 배출 지연에 따른 군의관·공보의·전문의 부족 문제, 온라인으론 불가능한 해부·생리학 실습 등 의대 교육” 등을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로 제시했다.
이날 의협 비대위 구성안도 공개됐다. 15명인 비대위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여한다. 아울러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추천 2명, 전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추천 2명,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추천 3명, 대전협 비대위 추천 3명,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추천 3명, 위원장 추천 1명으로 구성됐다. 대전협·의대협 추천 인사가 40%인 비대위는 새 의협 회장 선출 때까지 유지된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의정 갈등 극복과 국민의 목소리가 담긴 의료개혁 방안 논의를 위해 ‘국민 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밀어붙이기와 의협의 무조건적인 반대 속에서 정작 공공의료 확충, 충분한 보건의료 인력 공급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공론장을 만들어 국면을 전환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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