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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입사했는데 왜 샤오미로 바뀌나”…동덕여대생 시위 이유 보니

입력 : 2024-11-19 10:10:00 수정 : 2024-11-19 09: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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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 “불법행위 책임 져야 할 것” 강경 대응
학생들 “입시 사기”…총학생회장 “학교가 안일”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앞 조동식 선생(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발한 학생들에 의해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은 모습. 오른쪽은 재학생 인터뷰 모습. 뉴스1·‘하이니티’ 유튜브 갈무리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두고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학교 측은 점거 시위를 벌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고, 학생들은 현 상황을 ‘입시 사기’에 빗대며 반발에 나섰다.

 

동덕여대는 18일 홈페이지 ‘당부의 글’ 공지사항을 통해 “학생들의 불법 점거와 시위로 인해 교내 모든 건물이 봉쇄됐고 기물 파손, 수업 방해, 행정업무 마비 등 그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며 “물리력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에서 학생들이 본관 등 건물을 점검하고 농성을 벌인 것 등을 ‘불법행위’라 규정했다. 학교 측은 “공학 전환을 반대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지만, 폭력을 행사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이번 불법 행위를 엄중히 다루려고 한다”며 “단체 행동으로 이루어진 불법 행위도 그 책임은 분명 개인 각자가 져야 한다”고도 했다.

 

학교 측은 다른 게시글을 통해 총학생회 등 학생들과의 소통 상황을 시간별로 정리해 올리기도 했다. 대학 본부가 공학 전환 건에 대해 총학생회와 소통하지 않고 단독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총학생회의 주장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동덕여자대학교 제57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측 피해보상 청구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학교 측은 “금번 일부 단과대학의 공학 전환 논의는 교무위원회 보고도 이뤄지지 않은 의제 설정 이전의 상황이었다”며 ‘학교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는 총학생회 측 주장을 재차 반박했다.

 

재학생을 비롯한 동덕여대 동문들은 학교 측이 ‘밀실 논의’를 했다며 “차라리 폐교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학생들의 시위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학교가 비민주적인 태도로 나온 탓에 학생들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한 달여 전부터 공학으로 전환된다는 이야기가 퍼져 학생들의 불안감이 컸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한 달 전부터 교수님들이 ‘내년부터 남자 30명, 200명씩 들어온다’, ‘엄청 많이 들어오니까 너네 준비해라’, ‘학교에서 다 준비 중이다. 무조건 확정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다. 또 현재 남학생이 0.1% 재학 중이라는 데이터도 조회된다”며 “학생회는 필리버스터나 피켓 시위 같은 방법을 생각했지만, 대학 본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아 학우들 사이에서 ‘정말 우리가 공학으로 전환되는구나’하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이런 행동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의견 수렴을 할 계획으로 확정된 건 없다”는 대학 측의 설명에 최 회장은 “대학비전혁신추진단이라는 것을 꾸려서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한 달 전부터 논의를 진행해왔으면서도 대학 본부는 문서가 없다고 한다”면서 “논의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동덕여대 내부가 학생들 래커 시위로 훼손된 모습. 연합뉴스

 

공학 전환 반대 이유로는 “사회에 여전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많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온전하게 한 사람으로서 자리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근본적으로 우리 대학의 설립 이념 자체가 여성의 교육권 증진인데, 이런 사회 속에서 여성 대학의 설립 이념에 반하는 개편을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 본부가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 논의한다면서도 학생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아예 없었다”면서 “학령인구 감소가 우리 대학만의 문제도 아닌 만큼 대학이 안일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재학생 역시 유튜브 채널 ‘하이니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동덕여대로 알고 입학했는데 왜 논의 없이 전환하려 하냐. 소중한 수시 원서 6장과 정시 원서 3장을 동덕여대에 썼다”며 “이건 ‘입시 사기’ 같은 거다. 삼성 입사했는데 대표가 갑자기 샤오미로 이름을 바꾸는 것과 비슷한 충격”이라고 말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도 학과 통폐합을 통보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시위를 거하게 하지 않으면 또 통과될 거라는 불안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덕여대 측은 학생들의 점거 농성으로 최소 24억4434만원에서 최대 54억4434만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학생들의 난입과 집기 파손으로 취소된 취업박람회 주관 업체가 3억3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건물 보수 및 청소 경비 20억~50억원, 입시 추가 경비 1억여원 등이 든다고 가정해 추산한 액수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최대 추정액과 최소 추정액의 차이가) 30억원 정도라는 게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된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학 본부가 피해 금액을 공개하면서 학생들을 겁주고 압박하려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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