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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美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 본토 첫 타격”

입력 : 2024-11-19 21:31:35 수정 : 2024-11-19 23: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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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한 해제 하루 만에 단행

러 브랸스크 지역에 6발 발사
러 “5발 요격·1발 손상 입혀”

푸틴, 핵교리 개정안 승인·발효
“서방 미사일 사용땐 핵대응할 것”
트럼프측 “바이든이 긴장 고조”

트럼프, 나토 가입포기 조건 압박 계획
우크라는 여전히 전쟁 수행 의지 강해
러 核교리 개정에 확전 가능성 높아져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처음 공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서 미국산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고, 그중 5발을 요격하고 1발은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날 핵 교리를 개정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공격으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까지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을 공격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격추한 미사일의 잔해가 군사 시설로 떨어졌으나 인적, 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RBC우크라이나 등도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방위군 내 소식통을 인용, 방위군이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브랸스크 지역 카라체프 인근의 무기고를 공격했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카라체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3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공격한 무기고는 러시아 국방부 미사일 및 포병국의 제67무기고로 무기고에는 북한이 지원한 시스템용 탄약, 공중 투하 폭탄, 대공 미사일, 다연장로켓(MLRS) 탄약 등이 보관돼 있다고 현지 매체 등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날 우크라이나가 자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튿날인 이날 우크라이나가 첫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미사일은 스스로 말할 것”이라며 곧장 공격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본토 공격을 확인하면서 핵 공격을 포함한 대규모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된 핵억지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핵 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원칙)에 서명했다. 개정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개정 교리는 핵 억지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동맹, 핵 억지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의 범위를 확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했다.

 

공개된 핵교리 문서를 보면 러시아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곧 핵보유국의 공격이고, 이를 핵무기를 사용해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러시아는 또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러시아 영토에 대한 적의 항공기·미사일의 대량 발사, 동맹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면 핵 대응을 고려할 권리를 교리에 명시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대지미사일 스톰섀도를 사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불 뿜는 우크라 자주포 우크라이나 제24기계화여단의 군인이 18일(현지시간) 도네츠크주 차시브야르 인근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152㎜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차시브야르=AFP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비핵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 사용은 국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며 “러시아는 새로운 군사 위협 및 위험의 출현으로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확하게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핵무기 사용 결정은 러시아 대통령이 내린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앞서 이날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핵 교리 수정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이미 실질적으로 공식화됐다”며 “필요에 따라 공식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국 역시 공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 등을 개정 교리에 담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을 장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러시아 공격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동부 영토를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도 포기하는 조건으로 종전을 압박하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며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히 하고, 러시아 역시 핵 교리를 개정하며 우크라이나와의 확전을 예고하는 등 종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 결정으로 ‘리스크’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다시 한 번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게 됐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마치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폐허로 변한 도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9일(현지시간)로 1000일이 된 가운데 18일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소방대원 등이 러시아의 로켓공격으로 타버린 건물과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오데사=AP연합뉴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날로 1000일을 맞았다.

 

전날 유엔 발표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만2164명이다. 그중 600명 이상이 어린이였다. 부상자는 최소 2만687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식 확인된 수치로,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역시 피해가 작지 않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일 러시아군의 하루 사상자가 1200명 이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7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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