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전기차 캐즘’ 이어 ‘트럼프 스톰’까지… 새로운 생존전략 짜야 [심층기획-트럼피즘에 조기경보 켜진 K산업]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11-21 06:00:00 수정 : 2024-11-21 13:07: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③ ‘이중고’ 빠진 배터리 3사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전망
배터리 가격 하락 압박 거셀 듯
美 생산시설 늘려 실적 ‘빨간불’

2032년까지 179조 보조금 수혜
AMPC 축소 여부에 가장 촉각
의존도 낮추고 사업 다각화 절실

‘트럼프 스톰’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국내 배터리 산업에 이중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2기 행정부가 선거 운동 기간 공언해 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세액공제 삭감을 추진하면서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 폐지를 추진하면서 배터리 기업의 리스크도 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조금 폐지, 배터리 가격 ‘압박’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계획을 하고 있는 IRA 법안은 크게 3가지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소비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투자 세액공제, AMPC 등이다.

 

또한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2기에서 폐지 검토 대상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최대 7500달러를 공제받을 수 있는 전기차 세액공제 항목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전체 전기차 판매 대수를 약 141만2169대로 추정하면서 총 105억9126만7500달러(약 14조8797억원)의 보조금 혜택이 적용됐을 것으로 계산했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경우 전기차 가격대가 올라가면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면 구매 욕구가 감소한다.

 

시장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2027년 미국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판매 점유율은 30%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지급될 것을 전제로 한 예측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거나 축소되면 이 같은 점유율 상승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조금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전기차 가격을 낮추면서 수요를 늘려야 하는데, 전기차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셀·소재 가격이 가장 먼저 ‘다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리 생산 시설에 투자한 전기차·배터리 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RA의 폐지 대신 행정명령 등으로 관련 재정 부담을 다소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에 중요한 건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인데, 이미 성장이 둔화한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책에 따른 시장 악영향이 가시화되면 부정적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반대할 거라는 낙관론이 있는데, 머스크는 외려 보조금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테슬라도 약간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중국 등 경쟁사들에는 더 치명적이어서다.

 

◆배터리 3사 실적 악화로 이어지나

 

특히 배터리 기업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AMPC의 축소 여부다.

 

AMPC는 배터리, 신재생 분야 기업이 미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 시에 품목별로 규정된 세액공제를 받는 것이다. 배터리 기업의 경우 배터리 1㎾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받는다.

 

현지 언론은 공화당 측이 IRA 법안을 ‘폐지’(repeal)하는 대신 ‘조정’(reconciliation)을 추진하는 가운데 AMPC도 그 대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AMPC가 배터리 공장이 있는 지역 경제와 민심이 얽혀 있어 폐지보다는 축소·조정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이들 공장은 오하이오, 조지아, 테네시, 미시간, 애리조나주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와 ‘선벨트’에 위치해 있다. 이들 지역이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을 감안하면 IRA의 전면 폐지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현재 북미에서 6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 16개 공장이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이에 따른 배터리 3사의 생산 능력은 2027년 기준 연간 610.5GWh에 달한다. 이는 80㎾h 전기차 760만대 분량이다.

 

특히 현재 AMPC는 국내 배터리 기업의 가장 큰 흑자전환 요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660억원, SK온은 608억원의 AMPC를 받았다.

 

하이투자증권은 2032년까지 배터리 3사가 AMPC 혜택이 종료되는 2032년까지 받게 될 보조금이 179조원으로 추정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 자체를 폐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부 내용을 바꿀 수 있어 배터리 업계는 내년 초까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대미 로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AMPC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린 '우아한 윙크'
  • 아이린 '우아한 윙크'
  • 조여정, 순백 드레스 자태…과감한 어깨라인
  • 전혜빈 '매력적인 미소'
  • 혜리 '겨울 여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