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출퇴근대 1∼8호선 늑장 운행
노선별 최소 5분서 최대 25분 지연
직장인 “열차 두 번 보내 20분 지체”
시청역선 전농·민주노총 도심 집회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에 이어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까지 준법 투쟁(태업)에 돌입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의 열차 이용에 불편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운행 시간을 준수하는 준법 투쟁으로 사람이 몰리는 일부 역사와 시간대에 제한적 영향을 주고 있지만, 다음 달 6일 총파업이 시작되면 ‘출·퇴근길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전면 파업을 앞두고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통상 출·퇴근 시간 열차를 운행할 때 임의로 정차시간을 짧게 조정해 열차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 이 기간에는 열차시간표를 엄격하게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적으로 열차 운행은 늦어지게 된다.
준법투쟁의 영향으로 실제 이날 서울지하철 곳곳에서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출근길 1호선은 20∼25분, 3호선은 10∼15분, 7호선은 5∼10분 지연됐다. 코레일 운행 노선에서는 지연이 더 두드러졌다. 1·3·4호선에서 20∼30분, 경의중앙선이 15∼30분 지연됐다. 다만 이는 첫차에서 종착역까지의 총 지연 시간으로 실제 시민들이 겪은 시차는 이보다 적거나 많았을 수 있다.
평소보다 역사 플랫폼에 인파가 몰리면서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날 1호선 부천역에서 명동역으로 출근한 회사원 장여진(30)씨는 “서울역에서 환승할 때 두 번이나 열차를 타지 못하면서, 출근 시간이 20분 이상 지체됐다”면서 “플랫폼에 사람이 가득 차 버스를 타러 나갈 수도 없었다. 진이 다 빠졌다”고 말했다. 5호선 화곡역에서 시청역으로 온 대학생 최모(22)씨는 “신길역에서 환승하는데 20분을 기다려도 지하철이 안 와서 플랫폼을 계속 바꿔가며 지하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날 시청역 일대는 대규모 집회로 지상까지 교통이 마비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은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시청역∼숭례문 앞까지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를 열었다. 경찰은 오후 1시부터 이곳 일대의 교통을 통제했다. 참가자들은 “정부가 올해 쌀값이 폭락하도록 방치했고 물가를 핑계로 저관세·무관세 수입을 남발했다”며 “윤석열은 내리고 쌀값은 올리자” 구호를 외쳤다.
이달 18일부터 시작된 한국철도공사 준법투쟁과 시위가 겹치면서 시민 불편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날 4호선 서울역 플랫폼에선 “(철도노조) 태업으로 인해 1·3·4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방송과 “교통공사 파업으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관제센터 직원의 안내가 번갈아 나오기도 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공동 운영하는 1·3·4호선은 한쪽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다른 노조가 임시 열차를 투입해 줬지만, 이번에는 양쪽 모두 태업에 들어가면서 대체 운영도 어려워졌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임금 삭감 해결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달 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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