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초등 5·6학년생이 대상
선거로 선출·의장 등도 뽑아
동일한 의정 체험 기회 제공
또래 맞춤 참신한 조례 완성
“새로운 경험 정말 재밌어요”
“다른 (청소년)시의원들과 환경 정책에 관한 토의를 하면서 조례안도 만들어보고, (현직) 서울시의원들한테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무엇보다도 청소년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나와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지난 16일 서울시의회 별관 제2대회의실에서 만난 류지원양은 이 같이 말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서울 송파구 잠일초등학교 5학년인 류양은 시의회가 지방자치·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해도를 제고하고자 운영하는 청소년의회의 의원으로,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류양을 비롯해 가슴에 금빛 배지를 단 청소년시의원 40여명은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깔깔대며 대화를 하다가도 회의가 시작되자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앉는 모습이었다.
서울시의회의 청소년의회교실 사업은 지방자치제 ‘부활’ 이듬해인 1996년부터 시행, 올해로 벌써 28년째를 맞은 사업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 2회 운영하던 청소년의회교실은 2016년부터 대상이 초·중·고등학생으로, 횟수도 2∼4회로 확대됐다. 지난해부터는 전문교육기관에 통합용역발주를 맡기고 청소년 시의원을 선출, 일정 기간 현직 시의원들과 동일한 의정활동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엔 총 16회를 운영했고, 학생 42명이 제1대 청소년시의원으로 활동했다.
올해 제2대 청소년시의원 58명은 시내 초등학교 5·6학년생들로, 지난 7월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대표해 의원 배지를 단 이들은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수위 3개 상임위로 나뉘어 배치됐다. 매주 토요일 모인다. 성북구에서 온 숭인초 6학년 한수현군은 “학교에서 청소년의원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알려줘서 한 번 지원해봤다”며 “쉽게 하기 힘든 경험을 해볼 수 있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댄 채 조례안을 만든 게 생각보다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들도 뽑았다. 2대 청소년의회 의장을 맡은 신용산초 6학년 이찬우군은 “(의장 선거에서) 20여명이 경쟁했는데 말(출마의 변)을 재미있게, 크게 하려고 했던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청소년시의원들은 상임위별로 그간 만든 모의조례안을 다듬고 완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위는 ‘서울특별시 관광 관련 청소년 버스킹에 관한 조례안’을, 문체위는 ‘서울특별시 비인기 종목 유망주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환수위는 ‘서울특별시 공공기관 내 LED전자현수막 설치에 관한 조례안’ 등을 각각 준비했다. 해당 조례안을 살펴본 이경숙 시의원(국민의힘·도봉1)은 “(조례안) 소재들이 너무 좋다”고 호평했다. 이소라 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 역시 각 조례안에서 보완할 점을 짚어준 뒤 “아이디어 자체는 정말 좋다”고 했다. 같은 당 임규호 시의원(중랑2)도 청소년의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청소년의원들은 향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을 한 뒤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정례회를 열고 조례안들을 발표·의결한다. 안건 상정 후 찬반 토론을 거쳐 시의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전자회의시스템을 이용해 전자표결을 한다. 이달 말 수료식에선 우수 의원에 대한 표창 수여 등이 진행된다. 상임위별 우수 조례도 선정, 시의회 홈페이지에 올린다.
최호정 시의회 의장은 “청소년은 나라의 미래”라며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는 말처럼, 청소년의회 활동이 지방의회의 역할을 이해하고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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