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딥페이크, 퍼블리시티권 침해 주의를

우리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말이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나 영상을 실제처럼 정교하게 조작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이 기술 자체가 선과 악으로 단정될 수는 없으나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양면성을 지닌다. 딥페이크는 영화,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성범죄에 악용되면서 사회적 불신이 커지고 있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악’의 딥페이크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정부의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방안’으로 어느 정도 근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완기 특허청장

안타깝게도 딥페이크 기술 악용 사례는 늘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의 이미지나 음성을 임의로 생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등장하면서 영향력을 악용한다. 올해 5월에는 어느 할리우드 배우가 자신의 목소리를 챗GPT 개발사가 무단 사용해 항의한 사례가 있었다. 초상권과 별개로 유명인의 성명, 초상, 음성 등을 상업적으로 무단 사용하는 것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는 미국 판례와 학설에 의해 주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을 대상으로 보호돼 왔으며 영화산업의 메카인 미국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성문법으로도 보호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면서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정교하게 합성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유명 브랜드의 상표를 모방하는 행위가 주로 문제됐다면 최근에는 유명인의 초상, 음성을 이용한 퍼블리시티권 침해행위가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은 이러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22년 6월 부정경쟁방지법이 시행됐는데 퍼블리시티권 침해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의하고, 피해 유명인이 손해배상 및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올해 8월부터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권고를 넘어 시정명령, 과태료 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을 더욱 강화했다.

퍼블리시티권 침해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기획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신속한 처리를 위해 행정조사 관련 지침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앞으로 딥페이크 사용으로 인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딥페이크 방지 기술을 특허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특허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연구개발도 지원하는 등 기술적 대응을 강화하고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사들과의 협의 채널도 더 공고히 할 계획이다.

딥페이크는 디지털 전환기에 나타난 새로운 영상 제작기술로 매우 유용할 수 있지만 부작용 없이 올바르게 활용되기 위해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처가 중요한 시점이다. 특허청은 무분별한 딥페이크 기술사용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부정경쟁행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제도적 노력에 나서겠다.

김완기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