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22일 채상병 국조 계획 밝혀
지난해 해병대 고(故) 채모상병 순직사건을 조사하다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 대해 군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 대령은 최후 변론에서 “한 병사의 죽음에 책임 있는 자를 처벌하는 게 왜 잘못된 일이냐”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2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 결심공판에서 “국군의 사명인 군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는 군사경찰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박 대령의 행위는) 군의 지휘체계를 거부하고 상관 명예를 훼손한 중대한 행위로 현재까지 일체 범행을 부인하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3년형을 구현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9일에 열린다.
◆위법한 명령vs사단장 처벌에만 몰두
박 대령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채 상병의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상관인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이 전 장관이 김 사령관을 통해 이첩보류 지시를 내린 것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를 빼기 위해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이 장관이 첫 보고를 받을 때는 수사결과를 승인하고 결재까지 마쳤지만 다음날 번복한 배경에는 임 사단장이 포함된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기 때문이란 증언도 나오고 있다.
박 대령은 이날 마지막 피의자 심문 내내 국방부의 수사기록을 축소·왜곡하려는 국방부의 불법적인 지시만 있었을 뿐 사령관의 이첩보류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령관은 국방부의 이첩보류 지시를 듣고 어떻게 할 것인지 저와 논의한 것”이라며 “지휘관이 명령을 2박3일 동안 몇 차례 하는 것이 어딨나. 명령을 안 따랐으면 당연히 저를 직무 배제하고 중수대장을 통해서 명령을 수명했어야 하지 않나”고 항변했다.
또한 지난해 8월2일 박 전 단장은 사령관에게 “수사단이 사건기록을 넘기기 위해 포항에서 경북경찰청이 있는 안동으로 출발했다”, “자신의 책임지고 넘기겠다”고 말했고 김 사령관은 “알았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이 2일 오후 자신에게 직무배제를 통보하면서도 “너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살았다. 앞으로 힘들 거니 잘 견뎌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단장은 “지금도 사령관이 나를 보면서 어떤 표정이었는지 기억이 난다”며 “사령관의 얼굴이 1년 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령관은 국방부의 지시를 따르면 자신이 직권남용 혐의를 받게 되고 따르지 않으면 항명 혐의를 받게 되니 고민이 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면 군 검찰은 “(상부의) 명령을 수명하지 않기 위해 토의를 했다는 것은 경험칙에 맞지 않는다”며 “사령관이 수명 후 박 대령과 수명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박 대령은 임 사단장 처벌에만 몰입했다”며 “사단장까지 처벌해야 정리가 될 것 같다. 1사단장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잘 빠져나간다고 말한 것은 반드시 사단장을 포함하겠다는 말로 이해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의 지시 해병대사령관의 지시 법무관리관 지시는 틀리며 자신의 말만 옳다고 주장하고 자신의 추측에 근거해 정당한 명령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채 상병 말하며 눈물흘린 박 대령, 구형 때는 방청석 고성도
박 대령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 “국방부의 지시 본질은 사건 축소 왜곡해 다시 보고하란 것”이라며 “이첩서류에서 혐의자, 혐의명 빼라는 것은 직권남용죄 공문서 남용 위법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령관에게 들은 대통령 격노는 사실이고 대통령실이 전방위로 개입했기 때문에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며 “우리 국민에게 정의는 살아있고 진실 반드시 밝혀진다는 사실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채 상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할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100여명이 방청할 수 있는 법정이 가득차면서 일부 시민들은 바닥에 앉아서 공판을 지켜보기도 했다. 검사가 징역 3년형을 구형할 때는 고성도 나왔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도 앞으로 나와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를 설명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은 박 대령의 음력·양력 생일이기도 했다. 박 대령의 어머니도 처음으로 재판을 방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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