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 갈등에 따른 동덕여대 내홍이 여야간 공방 요소로 변질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동덕여대 사태마저 정치적 땔감으로 악용하려 한다”며 날을 세웠다. 진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는 폭력 사태 주동자 법적 책임 운운하면서 학생들을 비난했다”며 “폭력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한 대표의 주장은 본말을 뒤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정책위의장의 이러한 비판은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따른 반응으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 없다”며 “학교 시설물을 파괴하고 취업박람회장 등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재산상 피해를 끼치고 타인의 소중한 기회를 박탈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이때 등장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동덕여대 교내 점거 농성 사태는 ‘대학 구성원’인 학생들 몰래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한 학교 측의 ‘비민주성’이 근본 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학생들은 학교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에서 당사자로서의 권리를 철저히 무시당한 데 분노했다”며, “대학 당국의 비민주성에 대해 입 다물고 학생만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도 않고 균형적인 태도도 아니다”라고 거듭 한 대표를 겨냥했다.
특히 이 대목에서 진 정책위의장은 “동덕여대 사태를 걸고넘어져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며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얄팍한 정치적 계산 따위는 집어치우라”는 메시지도 한 대표에게 던졌다. 그는 ‘동덕여대 출신은 채용 시 걸러내고 싶다’던 SNS 글로 물의를 빚은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인사 조치를 한 대표가 요구하지 않는다고도 몰아붙였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공단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노동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임명된다. 한 대표가 여당 대표 위치에서 이 이사장의 사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SNS에 올린 글에서 “이건 젠더 갈등 문제도 세대 갈등 문제도 아니다”라며 “상식의 문제”라고 진 정책위의장의 비판을 받아쳤다. 같은 날 SNS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동덕여대 사태에 대한 제 의견 제시에 ‘젠더나 세대 갈등을 부추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라고 했다”며 그는 이같이 반응했다.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여부는 오로지 ‘절차’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 문제라는 게 한 대표의 입장이다.
이수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제대로 된 인권의식과 젠더감수성을 가진 사람으로 공직자를 임명해야 한다”면서, 이우영 이사장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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