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에게 4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는 손태승(65)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범행에 대한 공모관계나 구체적인 가담행위에 관한 검찰의 증명 정도에 비추어 보면 피의자가 이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피의자의 일부 진술이 거짓으로 보이거나 과거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추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면서 “결국 현 상황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오후 1시34분쯤 법원에 출석한 손 전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는지’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출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어떤 점을 소명할 계획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법원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승인된 4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올해 8월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줬다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로 시작됐다. 금감원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 외에도 1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친인척이나 관련 법인 등에 부당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 손 전 회장이 직접 관여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이달 20∼2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소환 조사에서 손 전 회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은행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문제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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