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직접 대화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정권 인수 단계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 검토에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대북 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앨릭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를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다시 발탁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북한과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지난 7월에도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1기보다 관료들 저항이 낮아져 톱다운 방식의 북·미 대화가 재가동될 호조건이 형성됐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북한 문제 해결은 집권 초기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 이슈다. 트럼프가 의욕을 보일 것이 분명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트럼프의 사업가적 기질과 실패로 끝난 3차례 북·미 대화 등을 고려할 때 북한 비핵화를 두고 어떤 협상 카드를 내놓을지 예측이 어려워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에겐 악몽이 될 것이다. 북한 비핵화 원칙이 깨지고,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는 크게 소용돌이칠 수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면서 ‘초대국(미국)의 공존 의지’를 언급했다. 북·미 협상으로 끝까지 가봤으나 미국의 공존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인데, 반대로 해석하면 미국이 공존 의지를 보일 경우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떠보기 차원의 발언이지만 미국의 대화 요구에 맞장구칠 게 뻔하다.
북·미 대화 중재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북·미 대화와 관련해 우리는 이미 코리아 패싱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대화에서 남측이 배제되고 북핵을 용인하는 상황을 마주한다면 한·미 관계는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하다. 서둘러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코리아 패싱이 초래할 부작용과 북핵 용인에 따른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부각해야 한다. 핵 재처리 권한 승인을 요구하는 등의 전략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북·미 회담이 공식화되기 전에 매듭지을 수 있도록 정부는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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