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에 이어 연세대 논술 사태까지 겹치며 2025학년도 대학 입시가 출렁이고 있다. 특히 자연계열 진학을 준비 중인 상위권 학생들에게 이같은 입시 변화들이 ‘호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현재 고1인 학생들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학년이 될 전망이다.
◆연세대 추가시험…합격자 261명→최대 522명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연세대는 12월8일 자연계열 논술시험 추가시험을 본다. 연세대는 지난달 12일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치르는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1시간여 전 배부됐다 회수되는 소동이 있었다. 이후 일부 수험생들은 문제가 인터넷에 유출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시험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신청해 연세대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논술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수험생들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학생들이 재시험을 요구하며 제기한 공동소송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자연계열 논술 합격자 발표를 비롯한 후속 절차가 중단됐다. 연세대가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책을 고심하던 연세대는 결국 추가시험 결정을 내렸다. 2차 시험은 자연계열 논술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 전원이 치를 수 있다.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에는 1만444명이 지원해 9666명이 응시한 바 있다. 연세대 논술전형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어 지원이 몰리는 편이다.
연세대는 우선 지난달 시험 결과를 토대로 선발 예정 인원 261명을 모두 뽑고, 2차 시험에서도 261명을 더 뽑는다는 방침이다. 자연계열 논술전형 합격자가 261명에서 최대 522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파장은 크다. 현재 대입은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 등 최상위권 대학부터 순차적으로 채우는 구조여서, 상위권 대학에서 입시 변화가 생기면 도미노처럼 다른 대학들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종로학원은 “전년보다 수시 중복합격이 크게 늘고 상위권 학생들이 수시에서 많이 뽑혀 정시 상위권 대학 합격선이 낮아질 수도 있다”며 “상위권은 물론 중위권, 중·하위권대까지 파급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2차 논술 합격인원은 실제로는 261명보다는 적을 전망이다. 연세대는 2차 시험에서는 미등록 인원이 발생해도 추가 합격자를 선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중복합격자 등을 제외하면 자연계열 논술 총 선발인원은 522명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 고1은 선발 인원 감축
문제는 이렇게 추가로 뽑은 인원은 다른 곳에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고시 ‘신입생 미충원 인원 이월 및 초과모집 인원 처리 기준’에 따르면 대학 과실로 인한 초과모집 시 초과모집 인원만큼 차차년도 해당 모집단위에서 감축해야 한다. 차년도가 아닌 차차년도의 모집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감축 대상은 2026학년도가 아닌 2027학년도 신입생이 됐다. 연세대도 추가시험을 공지하며 “2027학년도 신입생 모집 시 해당 인원만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1인 학생들 입장에선 상위권 대학 모집인원이 많게는 261명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연세대 모집인원이 줄면 상위권 다른 대학으로 그 인원들이 가게 될 테니 연세대를 지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고3인 학생들은 대입 정책의 수혜를 보는 학년으로 꼽힌다. 연세대 선발 인원도 늘어난 데다가 의대 모집인원도 예년보다 크게 늘어서다. 대학원인 차의과대를 제외한 39대 의대의 선발 인원은 4610명으로 전년도보다 1497명 늘었다. 여기에 연세대까지 더하면 상위권 대학 선발 인원이 최대 1750명가량 늘어나는 것이 된다.
이에 비해 올해 고1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학년이란 목소리가 높다. 연세대 인원이 줄어드는데다가 의대 선발 인원도 2025학년도만큼 유지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선 논의한다는 입장이어서 2026학년도부터는 의대 모집인원도 2025학년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고1은 현 수능제도의 마지막 대상 학년이기도 하다. 현재 수능은 국어·수학·탐구 영역은 수험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구조로 치러지는데, 2028학년도부터는 수능이 전면개편돼 국어·수학·탐구영역 모두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탐구영역의 경우 통상 사회 혹은 과학만 응시하는 현재와 달리 과학과 사회를 모두 봐야 한다. 현 고1이 2027학년도 대입에서 실패해 재수를 할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올해 수험생들도 연세대 사태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하다. 지원한 여러 대학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2025학년도 수시 최초 등록 마감일인 12월16∼18일 전에 2차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도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세대는 1차 합격자는 예정대로 다음달 13일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2차 합격자 발표에 대해선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종로학원은 “수시 미등록 충원합격 통보 마감일(12월26일)에 임박해 합격자가 발표될 경우 수험생 입장에선 매우 짧은 시간에 중복합격을 확인하고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등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미 등록한 학생들이 빠져나가면 타 대학에서도 수시 입시 진행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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