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 반대를 둘러싼 동덕여대 사태가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그런가 하면 과격 시위를 한 이들을 취업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총학을 비롯한 일부 학생은 거액의 배상금을 떠안게 되는 건 물론 시위에 참가한 이들 전체가 불이익을 받을 거로 전망 된다.
앞선 1일 동덕여대 측은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 10여명을 공동재물손괴·공동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고 30일 밝혔다.
학생 시위대가 캠퍼스 곳곳을 래커 스프레이로 훼손하고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기업들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으로 대학 추산 최대 54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해 이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학교에 훼손된 부분도 많은 상태이고, 이번 사태에 외부인이 참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보니 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책임자를 확인하고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선량한 학생들의 피해를 막고 다시 이런 폭력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요청 시 학내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대학 측은 지난 28일 서울북부지법에 퇴거 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동덕학원이 아닌 총장과 처장 등 개인 명의로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주 동덕여대 교무처장(대학비전혁신추진단장)은 “(점거 중인) 11명을 특정했다”며 “학생회 간부와 단과대 간부, 급진 페미니즘 동아리로 알려진 ‘사이렌’ 간부 중 ‘주소 미상’인 4명을 제외하고 11명을 대상으로 가처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 인사담당자 사이에서는 “동덕여대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덕여대 사태와 관련해 이 같이 적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했다. 공공기관장이 올린 글인 만큼 논란이 일었지만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게시글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내가 인사담당자면 동덕여대 거를 듯", "HR 담당자들이랑 모임하는데 향후 몇 년은 동덕여대 거른다던데"라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
'여대 출신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게시글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자 고용노동부는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실제로 동덕여대 출신을 채용 과정에서 걸러낸다 해도 노동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 특정 학교 출신을 배제하는 데 대한 뚜렷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만 봐도 채용 전에 이뤄지는 차별 행위엔 적용되지 않는다.
채용절차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도 마찬가지다. 동덕여만 채용하지 않겠다면 이를 성차별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채용절차법을 보면 구인자는 구직자의 직계 존비속·형제자매 학력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다만 구직자 당사자의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방하다. 남녀고용평등법도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할 뿐이다.
다만 여성 차별일 땐 처벌 대상이 된다. 또 노동법상으로는 동덕여대 출신 채용 배제를 규율할 수 없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학령 등을 이유로 고용상 특정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 차별'로 보지만 권고에 그친다.
한편 동덕여대 총학생회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맞서고 있다. 총학생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대학본부가 가처분 신청 하겠다는 보도 이후 꾸준히 변호사와 소통하고 있다”면서 “법률적 대응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학교 측의 발언과 달리 학교는 총학생회의 면담 요구에 대해 4일째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학생이 주인인 민주동덕을 다시금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동덕여대는 대학 측이 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하고 학생 측이 강의실 점거를 해제함에 따라 지난 25일부터 대면 강의를 재개했다. 그러나 총학생회와 단과대 대표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회는 대학 측에 ‘공학 전환 논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받아들여질 때까지 본관 점거와 자발적인 수업 거부를 이어가겠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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