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로 정국이 뒤숭숭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대출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탄핵정국이 본격화하며 환율·금리 변동 등 금융시장까지 타격을 받을 경우 집값도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세빌스코리아는 지난 5일 투자자 등에게 ‘한국의 정치적 혼란에 대한 견해’라는 제목으로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가 부동산 시장에 중대하고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빌스코리아는 “한국의 비상계엄령 영향이 주로 정치적 불안정성과 경제적 변동성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이 중 경제적 변동성은 자산 가치와 투자 흐름 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중요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영역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세빌스코리아는 계엄 선포 이튿날 주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로 자산으로서 부동산의 매력도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 여파에 이은 정국 불확실성이 주택시장의 매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정국 불안이 당장 부동산 시장 등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혼란이 장기화해 불확실성이 커지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연말까지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봤는데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매수 심리는 더 얼어붙을 것 같다”며 “최근 실거래가 약보합 기조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에는 집값에 큰 변화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결정된 2016년 11월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이듬해 3월까지 전국 주택가격은 0.15%(한국부동산원 기준) 올랐다.
다만 매수 심리가 위축됐고, 분양권 전매 여파로 분양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016년 12월 0.33%, 2017년 1월 0.31% 각각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결의되고 헌재 결정이 나오기까지 2004년 3월부터 5월까지 전국 주택가격도 0.12% 올라 부동산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