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아닌 ‘담화’라고 강조도…사전상 의미 고려한 듯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정치권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도 차분한 담화문 발표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국회법에 따른 더불어민주당 탈당으로 무소속이 된 우 의장의 목소리는 같은 시간 본청을 메운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외침으로 중심 잡기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후 상황이 매우 혼란해 국민들께 드리는 긴급 담화문을 준비했다”며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한 추측 보도가 잇따르고 이것 역시 매우 혼란스러워서 저의 입장을 먼저 밝히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 연락 받은 바 없다”고 정리한 우 의장은 “다만 방문을 하시더라도 경호 관련 협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문 목적과 경호에 관한 사전 협의가 없이는 윤 대통령의 안전문제를 담보하기 어렵다면서다. 그는 “대통령께서 국회 방문 계획이 있다면 이를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본격 입장을 언급하기에 앞서 우 의장은 ‘긴급 성명을 발표한다’는 진행자 말에 ‘긴급 담화문’이라고 바로잡았다. 사전상 담화는 ‘공적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한 견해나 태도를 밝힌다’는 의미이지만, 성명은 ‘어떤 일에 대한 자기 입장이나 견해 또는 방침 따위를 공개적으로 발표한다’는 조금 더 강도 높은 뜻으로 해석된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인 만큼 정치권을 뒤흔드는 ‘비상계엄령 선포’를 두고 공식 입장 발표보다 국회의장으로서의 생각을 말한다는 쪽에 중심을 둔 것으로 보였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담화문 낭독을 시작한 우 의장은 “대한민국은 국민이 지켜온 나라”라며 “식민과 전쟁, 분단과 독재라는 근현대사의 불행을 딛고 선진국에 진입한 힘은 온전히 국민에게서 나왔다”고 말했다. 비상계엄령 선포는 이러한 역사를 부정한 것이자 국민의 자긍심에 상처를 낸 일이라며, 우 의장은 “국민을 믿고 반드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현 사태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2의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다’고 경고한 우 의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총과 칼로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12월3일 밤에 확인됐다”고 부각했다.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계엄선포라는 대통령의 오판이 있다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은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낼 것”이라며 “반드시 국회를 사수하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각오도 다졌다.
국회의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따른 계엄군 철수를 놓고 “민주주의와 함께 성숙한 우리 군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우 의장은 “어떤 경우에도 군경은 헌법이 정한 자신의 자리를 이탈해서는 안 되고, 헌법에 어긋나는 부당한 명령에는 응하지 않음으로써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기 바란다”고 했다.
우 의장은 “국회를 믿고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국회가 가장 앞에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말로 담화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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