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법령상 우리가 수사 관할”
검찰 “내란·직권남용 분리 불가”
공수처 마저 ‘사건 이첩 요구’ 가세
서로 경쟁하듯 수사 속도전 양상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검경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한 직후 경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경찰이 거절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향후 수사 주도권을 놓고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구하며 수사 경쟁에 가세한 상황이다.
8일 검경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경찰 측은 이를 거절했다. 국수본은 “수사의 신뢰성·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절했다”며 “법령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인 만큼, 경찰에서 책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주요 범죄로 제한됐다. 법리적으로만 봤을 때는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이것과 별개로 경찰 일각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받을 수 있는 검찰이 이번 수사를 주도하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엿보인다. 야당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검찰 출신이라는 점 등을 거론하며,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김 전 장관의 내란 혐의에 대해서 수사가 가능하고, 검찰에서 수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검찰청법이 검사의 직접 수사권 범위에 대해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김 전 장관의 경우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세현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서울고검장)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게 사실관계”라면서 “(내란과 직권남용) 두 가지 죄명을 다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자가 많은 데가 군과 경찰”이라며 경찰 독자 수사의 부당성을 에둘러 지적하기도 했다.
따로 수사에 착수한 검경은 경쟁하듯 김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이날 기존 전담 수사팀을 특별수사단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힌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수단에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범죄정보과 수사관 30여명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경찰 수사 인력은 당초 120여명에서 150여명으로 불어났다. 경찰 내 일반 수사 실무를 총지휘하는 핵심 요직인 서울청 수사부장을 투입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수사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특수본은 박 고검장을 포함한 검사 20명, 검찰 수사관 30명, 국방부가 파견한 군검사 등 12명, 총 62명 규모다.
한동안 검경의 수사 경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검찰이 한발 빠르게 김 전 장관으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을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한 뒤 새 기기만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의 기존 휴대전화로 추정되는 기기를 확보한 만큼 앞으로의 수사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경이 주도권을 놓고 갈등하는 사이 공수처는 “중복 수사 우려를 해소하겠다”며 검경에 각각 사건 이첩을 요구했다.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때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을 근거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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