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외로 도피… 공공기관들 통제
독재정권 붕괴에 시민들 “자유” 환호
총리 “국민 선택한 지도부와 협력 준비”
다마스쿠스 이란대사관 반군 습격
정부군 지원 러시아·이란 타격 불가피
파죽지세로 주요 도시를 점령하며 정부군을 압박했던 시리아 반군이 마침내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장악해 13년간의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전쟁에 이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중동정세가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이 이날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면서 “모든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1970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장기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에게서 2000년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아 시리아를 철권통치해온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알아사드 정부 인사들도 반군에 굴복했다. 모하메드 알잘리 총리는 반군의 승리 선언 이후 “‘폭군’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를 떠났다”면서 “국민이 선택한 모든 지도부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다. 시리아 정부군도 알아사드 대통령의 통치가 끝났으며, 군 지휘부가 정부군 병사들에게 더는 복무할 필요가 없음을 통보했다고 DPA통신이 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리아 내전 13년 만에 2대를 걸쳐 54년간 이어져온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무너지게 됐다.
알아사드 독재정권 붕괴 소식에 다마스쿠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버려진 탱크 위에 올라 ‘자유’ 등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도시 점령과 함께 해당 도시 감옥에 수감된 정치범 등을 풀어주던 반군은 다마스쿠스 점령과 함께 모든 수감자를 전원 석방한다고 선언했다.
시리아 내전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요구 시위인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1년 3월 시리아에서도 정권 퇴진 요구가 나오자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며 시작됐다. 내전 초기에는 반정부 진영이 앞서나갔다. 반군 중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결정적이었고,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도 반군을 지지했다. 이후, 알아사드 정권이 이란과 러시아의 도움 속에 전세를 역전하며 영토의 상당 부분을 되찾았고, 내전은 국제 대리전 양상 속 10년 가까이 교착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이 약화하자 반군이 지난달 27일부터 무서운 속도로 진격을 거듭하더니 알레포, 하마, 홈스 등 주요 도시를 점령하며 전황이 급변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시리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실무진이 시리아에서의 놀라운 일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현지 협력국들과 계속해서 접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 이후 미국의 행보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전 발발 이후 반군을 지원해온 미국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에 약 900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반군의 승리로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알아사드가 자신의 나라를 떠나 사라졌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더는 그를 보호하는 데에 관심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날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대사관 건물에 반군이 들이닥쳤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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