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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삽니다”…무심코 문 열었더니 흉기 휘두른 그놈 [그해오늘]

입력 : 2024-12-10 07:00:00 수정 : 2024-12-09 13: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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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무기징역 확정… 유족 “결과 참담해”
흥신소에 집주소 넘긴 공무원 박씨, 징역 5년
2021년 12월 1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이석준. 연합뉴스

 

3년전 오늘, 감금·성폭행 신고에 앙심을 품고 전 여친의 모친을 살해하고 남동생까지 살해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송파 전 여친 가족 살인사건’이다.

 

사건은 2021년 8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범인 이석준(당시 25)은 피해여성 A씨(당시 21)를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됐고 서로 오빠, 동생 사이로 관계가 발전했다.

 

이후 A씨는 어머니 B씨와의 불화로 가출했는데 이 사실을 이석준이 알게 됐다. 이에 이석준은 A씨에게 “어차피 내가 일 때문에 천안에 방을 구하려고 했는데 지낼 곳이 없으면 같이 있자. 방세는 내가 낼 테니 부담 갖지 말고 너는 내가 일을 나갈 수 있도록 깨워주기 만 하면 된다. 그러다가 네가 원할 때 집에서 나가면 된다”라며 동거를 제안했고 2021년 10월경부터 둘은 천안에서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동거한 지 두 달쯤 지난 2021년 12월 2일 A씨는 가족이 거주하는 송파구 잠실동의 빌라에 갔다가 12월 5일 오후 6시쯤 들어와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했고 이석준은 “같이 있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A씨는 거절했다.

 

당일 오후 8시 50분쯤 이석준은 A씨가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A씨가 항의하자 욕설을 하며 그녀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의 휴대전화까지 부숴버리고 A씨의 목을 조르며 “너 하나 묻는게 어려울 거 같냐? 너 배 태워서 보내줄까?”라고 협박했다. 결국 A씨는 겁에 질려 미안하다며 빌었고 이석준은 A씨를 성폭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다음날인 12월 6일 이석준은 A씨에게 “오늘 대구로 내려가서 부모님이랑 내 친구들 볼 건데 연인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라며 경북 청도군으로 향했다.

 

이석준의 친가에서 혼자 있게 된 A씨는 틈을 타 게임에 접속해 친구에게 현 상황을 알렸고 A씨의 친구는 이를 A씨 부모에게 알렸다. A씨 부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6일 오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석준과 A씨가 있던 대구 수성구의 한 와인바에 도착했다. A씨는 이석준과 분리되자 감금 및 성폭행 사실을 털어놨다. 반면 이석준은 “A씨를 감금한 적이 없고 동거하는 관계이다. 합의 하에 성폭행 상황극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당시 경찰은 이석준이 긴급체포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불구속 상태로 풀어줬다. A씨는 부모와 함께 서울로 돌아갔고 스마트워치를 지급받는 등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로 보호받게 됐다.

 

천안으로 올라간 이석준은 가지고 있던 A씨의 주민등록증의 주소로 찾아갔으나 주소가 달라 A씨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자 이석준은 흥신소를 검색해 A씨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실제 주소를 알아내려고 시도했고 성공했다. 

 

당시 수원시 권선구의 40대 계약직 공무원 박모씨는 2만원을 받고 흥신소 직원에게 A씨의 집 주소를 전달했다. 이석준이 최초 흥신소에 건넨 돈은 50만원이었으나 이 흥신소는 다른 흥신소에 13만원을 주고 하청을 줬고 해당 흥신소는 또 다른 흥신소에 10만원에 하청을 줘 박씨가 손에 쥔돈은 2만원에 불과했다.

 

박씨는 2020년부터 2년간 1101건의 이르는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제공하고 매월 200~300만원을 챙겨와 3954만원에 달하는 범죄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징역 5년을 확정받은 박씨는 2027년 1월경 출소할 예정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빌라 4층인 A씨의 실제 주거지를 파악한 이석준은 범행 전날 범행 장소를 방문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두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이석준은 흉기, 전기충격기, 장갑, 밧줄 등을 미리 챙겼다.

 

사건 당일 이석준은 A씨 주거지를 방문해 택배 기사 행세를 하며 초인종을 눌렀고 집에 있던 B씨(당시 49세)가 남편 D씨와 통화하던 중 무심코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자 이석준은 준비한 전기충격기로 B씨를 제압했고 A씨 남동생 C군(당시 13세)도 거실에 무릎을 꿇렸다. 

 

이석준은 “A씨와 마약을 했는데 A씨가 마약 판 돈 들고 튀었다. 너희 장기를 팔아 돈을 만들어야겠다. A씨도 이미 잡아놨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준비한 흉기로 B씨를 살해했고 C군이 쓰러진 어머니를 지혈하려 하자 C군에게도 중상을 입혔다.

 

통화하고 있던 남편 D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이석준은 옆 건물로 뛰어내렸고 다른 사람의 집에 침입해 숨어있다가 체포됐다. 

 

2021년 12월 1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이석준. 연합뉴스

 

보복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재물손괴, 감금, 주거침입 등 7개 혐의로 송치된 이석준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이 끝나고 유족은 취재진에게 “결과가 참담하다”며 “아이들이 마음 편히 집 앞에라도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 이석준과 끝까지 싸워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이석준은 항소했고 2심서도 무기징역, 3심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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