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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韓日수교 60년 앞두고… 외교무대 ‘뒷전’ 우려 [‘尹 탄핵’ 가결 이후]

입력 : 2024-12-15 18:28:24 수정 : 2024-12-15 22: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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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행체제 ‘외교공백’ 불가피

외교가 “현상유지가 최대치” 의견
조태열 “트럼프 취임 전 방미 협의”
트럼프, 韓보다 北 먼저 만날 수도
尹 ‘中간첩’ 담화로 韓·中 관계 찬물
日과 ‘셔틀 외교’ 동력도 떨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공식화하면서 ‘외교공백’ 장기화가 현실화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지만, 대행체제 한계는 분명하다. 적극적인 정상외교가 불가능하다. 당장 내년 1월20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장 180일이 소요되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차기 대통령 취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의 외교 공백을 메울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파병, 미국의 권력 이양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발휘하기는커녕 곳곳에서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NSC에 참석한 국무위원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있다. 왼쪽 세 번째부터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조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 원장.
뉴스1

15일 외교가에 따르면 총리 대행체제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는 ‘현상 유지’다. 한 권한대행이 상황을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교부는 이날 미 국무부와 적극 소통하고 조태열 장관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 조기 방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미 외교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려는 차원이지만 상황 관리 그 이상의 외교가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관계를 재점검하고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조기에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일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서 논의하고 발신할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미국 방문도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기 대통령이 취임해 자리 잡기 전까지 외교 공백은 장기화하고,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밀하고 민감한 타협이나 협의에서의 결정을 권한대행이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관료들이 나설 상황이라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결국 새로운 성과를 내기보다는 큰 실수 없이 상황을 관리하는 게 최선 같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과는 지금부터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리더십 공백하에서 빠른 정상회담 추진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한 권한대행과 미국 정상 간 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트로이 스탠가론 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 국장은 탄핵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최근 세계일보와 만나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맺는 일이 한국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현재 서울에는 진정한 리더십이 없으며, 1월20일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왔을 때 진정으로 대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미 관계를 매우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일부 국가 정상들에게 취임식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상황에도 대처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권한대행을 구태여 만나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그보다 걱정인 것은 미국이 한국보다 북한과 먼저 만나서 무언가 진전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보통 봄에 정책 검토(policy review)를 하는데, 트럼프 1기 때도 3∼4월쯤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에서 정상이나 대통령실 중심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외교부 중심으로 노력하더라도 백악관과의 직접 소통과 국무부 라인은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북 외교와 관련해 미국, 일본 등이 의도했든 아니든 ‘한국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접촉하는 것을 주시하면서 일본 정부도 대북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 이때 대북정책 공조 측면에서 한국과의 소통이 중요하지만, 한국이 대통령 대행체제인 만큼 정상 간 소통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긴급히 소통 가능한 외교 채널이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하고, 여기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데 현재 대통령실과 외교부 모두 무력감이 있을 것 같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둔 일본과도 추가 협력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일본 총리 시절부터 정상 간 ‘셔틀외교’로 관계 개선 계기를 마련해왔던 양국 정부로서는 한동안 추가적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 대통령 주도로 만들어지는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의 성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던 한·중 관계도 주중 한국대사 교체 일정이 꼬인 데 이어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거론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과 중국의 태양광 문제 등으로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지혜 기자, 워싱턴·베이징=홍주형·이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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