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5006억 순매도
원·달러 환율도 상승 전환 마감
정국 불확실성 다소 걷혔지만
지난주 先반영 결과 조정 국면
“한국경제 기초체력 허약” 분석
12·3 계엄 사태 후 10여일 만에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하면서 국내 주식·외환시장에 몰아닥친 혼란은 진정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허약해진 탓에 불안정성 해소라는 호재에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 탄핵 가결 후 첫 거래일인 16일 코스피는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고, 환율은 상승 마감(원화 가치 하락)했다. 외국인은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중 8일을 ‘팔자’로 일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5.49포인트(0.22%) 하락한 2488.97로 마감했다. 개장 초반만 해도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힘입어 21.16포인트 오른 2515.62까지 치달으며 2500대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하락세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탄핵소추 의결이 예상된 덕에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호재가 선반영돼 이날 조정이 이뤄진 결과라고 본다.
지난 8월부터 순매도세를 보여온 외국인이 이날도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코스피에서 5006억원을 순매도했고, 계엄 정국인 4일 이후부터 따지면 이날까지 2조265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닥에서도 1149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최근의 증시 부진은 정치적 불안을 비롯한 복합적인 요인에서 빚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들어 한국 경제가 내수 부진에 발목이 잡혀 침체경로를 걷고 있는 데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등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해진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서 코스피가 2400선 초반까지 내려왔던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의 과정에서 예견됐던 것”이라며 “그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서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10만6000달러를 돌파,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15일 오후 10만6539달러에 거래됐는데, 원화 가치로 환산하면 1억5000만원을 넘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과 더불어 달러화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후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원화 약세까지 두드러졌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장 대비 2.0원 내린 1431원에 개장한 뒤 1428.0원까지 내려갔다가 오전 11시30분쯤 1438.2원까지 올랐고 결국 1435.0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감했다.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퇴 등 여당의 분열 조짐 등 여전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환율이 지속되는 이유로 거론된다.
다만 미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은 내년 들어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매슈 혼바크 거시경제 전략가와 제임스 로드 외환·신흥시장 수석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말 달러화 가치가 현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위험 선호심리 개선 효과가 맞물리면서 달러화에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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