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6번째 비대위 체제 전환 준비
계엄 선포 이후 국힘 탈당 6.3배 증가
국민의힘 당대표가 친윤(친윤석열)계에 의해 사실상 축출당한 것은 한동훈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두 번째다.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에서 62.8%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 사령탑 자리에 오른 지 5개월도 안 돼 물러나며 “쫓겨난다”는 표현을 썼고, 당내 소수파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졸지에 2선으로 밀려난 친한(친한동훈)계도 친윤계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친윤과 중진들은 당 4년3개월 역사상 6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구성 채비에 나섰다.
친한계 핵심 인사들은 ‘한동훈 지도부’의 붕괴를 초래한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의원총회를 놓고 ‘인민재판’, ‘홍위병적 작태’라고 맹비난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당시 의총에서 찬성표를 찍었는지 반대표를 찍었는지 고백하라는 요구가 나온 것을 두고 16일 MBC라디오에서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46조 위반이자 인민재판”이라며 “작년 9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내부 반란표로 통과됐을 때의 색출 작업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SBS라디오에서 “자유당 시절도 아닌데 의원들에게 ‘일어나서 입장을 밝혀라’ 식으로 말한 분들은 이 혼란한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역사적 책임이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동조한 ‘민주당 부역자 색출·제명’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1960년대 중국에서 있었던 홍위병적 작태”라며 “이런 반민주주의적 행태는 결코 국민과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응분의 대가와 후유증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 대표와 친한계를 처단한 국민의힘은 순도 100% 계엄옹호정당이 되었고 다음에 집권할 가능성은 사라졌다”며 “자유투표 결정으로 탄핵 이탈표가 나오게 해 한 대표에게 책임 씌우고 당권 장악하니 즐거워서 어깨춤을 추고 있는가”라고 권성동 원내대표를 저격했다.
이날 한 대표가 사퇴하며 신 부총장 등 한 대표가 임명한 주요 당직자들도 직을 내려놓게 됐다. 서범수 사무총장도 사의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기 전 거취를 일임했던 ‘우리 당’을 일거에 장악하며 당내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친윤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태도다. 친한계 지원을 받은 김태호 의원을 더블 스코어로 꺾고 원내 사령탑이 된 권 원내대표가 이제 당대표 권한대행 자리까지 꿰찬 채 당 지도체제 정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의총에서 “이제 비대위 구성으로 당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분열적 의견보다는 수습을 위한 건설적 대안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의원들은 차기 비대위원장 조건으로 “당 얼굴로서 적합하고, 위기 수습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능력이 있으며, 대야 공격력을 갖춘 사람”을 제시했다고 한다.
당의 화합과 안정을 중시하는 의견도 많았으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당론을 어기고 탄핵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영하 의원은 “분열에 겁먹지 말고 인질 노릇 그만 하자”며 “내부의 적이 바깥의 적보다 더 무섭다. 정리할 것은 분명히 정리하고 묵묵히 걸어가자”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탈당 물결도 거세졌다. 당 조직국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4일부터 15일까지 총 7745명, 하루 평균 645명이 당을 떠났다. 계엄 선포 전에 비해 6.3배 증가한 수치다. 윤 대통령 1차 탄핵안 부결(7일) 직후 첫 평일인 9일(1677명)과 이튿날인 10일(1546명) 탈당 규모가 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