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소득 보장 등 입법 취지엔 공감
양곡법, 쌀 공급과잉… 시장기능 왜곡”
‘생산비까지 보상’ 재해대책법도 지적
“기본 원칙 반하고 도덕적 해이 불러”
증언감정법은 “사생활 침해할 가능성”
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에 고심 거듭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회와 국민께 소상히 설명 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포함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농업 4법 개정안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은 “농촌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이미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 재의결을 통해 부결돼 폐기된 바 있다”며 “이번에 다시 정부로 이송된 동법 개정안은 재의 요구 당시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한 ‘남는 쌀 의무매입’에 대한 우려 사항이 보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양곡의 시장가격이 일정 가격 미만인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 도입 규정이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맥락에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도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시행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돼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가가 재해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심사 법정기한인 11월30일이 지나도 심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개정안이 시행돼 헌법이 정한 기한 내에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의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중요한 안건심사와 청문회에까지 동행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해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에 반하여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정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의 요구권은 대통령에게 보장된 헌법상의 권한”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이어받은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탄핵 사유가 된다는 건, 어느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런 판단을 내리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거부권의 파도를 넘어선 한 권한대행은 이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두고 고민에 돌입했다. 두 법안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 달 1일까지다.
특히 김 여사 특검법을 두고 한 권한대행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간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독식하는 조항 등이 위헌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이번에 정부로 넘어온 법안도 이 같은 ‘독소조항’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그간 내세워온 입장을 바꾸는 것은 난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와 함께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서도 한 권한대행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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