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책임총리제를 건의했다고 공개했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안팎에서 인적쇄신 논의가 나왔을 때 자신이 ‘책임총리’를 맡겠다고 윤 대통령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 홍 시장과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홍 시장은 19일 공개된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2024년 8월 윤 대통령한테 전화가 왔다”며 “그때 ‘내정이 힘들면 내가 대구시장 그만두고 올라가서 도와드리겠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 하시라. 이원집정부제 형태로 책임총리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0월에도 내가 문자를 보내 ‘박근혜처럼 될 수가 있다’, ‘빨리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고 국정 쇄신하라. 대통령실도 바꾸고 내각도 전면 개편하라. 처음 취임했을 때처럼 새로운 사람으로 하라.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은) 실장(정진석 비서실장)하고 의논하겠다고 했다”며 윤 대통령이 결국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나’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난들 (대구시장을 그만두고) 중간에 올라가고 싶겠나.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은 국가 경영인데, 역대 총리 중에서 대통령이 된 전례는 없다”면서 “총리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것은, 자기가 몸담았던 정권과 공동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경선에서 패배한 후 대구시장으로 내려왔겠나. 이 정권이 잘할 것 같지는 않으니, 여기서 준비하고 역량을 갖춰서 4년 후에 올라가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던 홍 시장은 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쪽으로 타깃을 바꾸고 있다. 그는 “요즘 내가 밤잠을 못 잔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비리 덩어리 아닌가. 범죄자를 어떻게 대통령으로 만드냐”고 주장했다. “우리 당에는 아직 오세훈 서울시장도 있고, 나도 있으니 충분히 대선 치를 능력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홍 시장은 “박근혜 탄핵 때 ‘탄핵 대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퇴장과 함께 홍 시장이 본격적으로 중앙 정치에 뛰어든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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