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지수는 4개월만에 상승 전환
환율·국제유가 상승 여파
환율 1450원 돌파하며 15년만에 최고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으면서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생산자물가도 넉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환율 상승 영향은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와 생산자, 소지자 물가에 반영되는만큼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10월(123.47)보다 0.6% 오른124.15(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지난 4윌(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공급물가지수는 물가변동의 파급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 공급(국내출하 및 수입)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의 생산단계별로 구분해 측정한 지수다.
한은 이문희 물가통계팀장은 “공급물가는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를 결합해 산출한다”며 “11월 통관 시점 기준 수입물가가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생산자물가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 상승 영향은 원화 기준 수입물가에 반영되면서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나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월(119.01)보다 0.1% 오른 119.11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119.56을 기록한 뒤 8월 119.38, 9월 119.16, 10월 119.01 등으로 하락하다가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해 11월보다는 1.5% 올라 전년 동월 대비로 16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월 대비 등락률을 품목별로 보면,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 전력(7.5%) 등이 올라 2.3% 상승했다. 공산품도 석탄 및 석유제품(1.6%)을 중심으로 0.1% 올랐다.
반면 농림수산물은 농산물(-5.1%), 축산물(-2.8%) 등이 내려 3.6% 하락했다. 서비스업도 금융 및 보험서비스(-1.0%) 등이 내리면서 0.1% 낮아졌다.
세부 품목 중에는 경유(4.1%), 제트유(6.0%) 에틸렌(4.8%) 등이 올랐고, 배추(-42.3%), 상추(-64.1%), 돼지고기(-4.1%), 닭고기(-5.8%) 등은 크게 떨어졌다.
앞서 18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1430원대 물가가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0.05%포인트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했으니까, 1.95% 정도로 될 거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환율 상승의)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2% 밑에 있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선 환율 변화가 (물가보다) 금융 안정이나 심리에 주는 영향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종가(1435.5원)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 기준으로 환율 1450원 돌파는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20일에도 환율은 1450.0원으로 출발해 145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총재가 언급한 1430원대보다 20∼70원 가량 환율이 더 뛸 경우 물가 역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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