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던 40대 교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생전 고인이 상사의 폭언으로 고통 받았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 교육행정계에 따르면 김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행정직원 A씨(43)가 지난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해당 학교에 초임발령을 받아 3년차로 근무해왔다.
A씨가 쓴 유서에는 “정상적으로 일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A씨의 휴대전화에선 상사와 갈등을 겪은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수십 개가 발견됐다.
공개된 녹음 파일에는 행정실장 B씨가 격앙된 목소리로 “죽겠네요. 진짜. 내가 아주 징글징글하네”, “나랑 근무하면 죽겠잖아요. 선생님도 빨리 가세요”라고 말하는 음성이 담겼다.
다른 녹음 파일에서도 B씨는 “선생님, 하시라고요. 이제 선생님 저한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정말 지긋지긋하네. 선생님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선생님은 제가 이렇게 하는 게 괜찮으세요?”라고 다그쳤다.
그런가 하면 A씨가 “정말 이게 너무 저에게 과중하고 어렵고 못 하겠어요”라고 말하자 B씨는 “제가 시킨 일이에요? 말은 똑바로 하세요, 선생님. 제가 시켰어요? 말씀 그렇게 하지 마세요”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날 B씨는 “실장님, 대체식을”이라고 말하는 A씨에게 “아이씨 짜증나, 진짜. 아, ○○○ 선생님 시키라고요”라고 소리 치곤 내곤 “그래, 그만합시다, 선생님. 내 팔자입니다”라고 비꼬았다.
A씨가 근무한 학교는 교원이 9명인 작은 초등학교로, A씨는 행정실에서 B씨와 단 둘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대화 중 했던 말이라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며 ‘인간적으로 괴롭힐 의도는 아니었고 이후에 서로 감정을 풀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이 공개되며 직장내 괴롭힘 의혹이 인 가운데 해당 학교 교장은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가만히 있냐”며 직원간 갈등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을 내놨다.
A씨 친언니는 “모든 친구들이 (녹취록을 듣고) ‘아 이거 학교 일 때문에 이렇게 됐구나’ 다 알았을 것”이라며 상사와의 갈등이 죽음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익도 900 이상에, 딱히 뭘 할 때 굼뜨거나 이상하다,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A씨의 업무 능력이 떨어져서 B씨와 갈등을 빚은 것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의 친구라는 C씨를 통해 고인의 사망 과정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지난 여름 매매한 본인 명의 집으로 이사한 다음날 숨졌다.
C씨는 “그 애가 얼마나 착한 애인지. 얼마나 똑똑하고, 객관적으로 상황판단하는 애인지 당신들도 잘 알지 않냐”며 경찰 조사 참고인들을 향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A씨가 내년 1월1일 다른 학교로 옮길 예정이었다며 “내 친구의 이번 사건이 한 개인의 사건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란 걸 나도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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