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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성탄절을 앞둔 겨울 풍경에는 설렘이 묻어 있다. 소중한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찾듯이 이따금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오너먼트 같은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 길을 걷다 문득 멈춰 서는 일이 잦다. 매서운 추위가 어서 안으로, 안으로, 재촉하는데도. 어쩌면 눈을 기다리는 걸까? 눈이라는 반가운 방문객을?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서는 온정 어린 모습을.

눈이 오면 길이 더러워질 텐데, 차가 막힐 텐데, 혹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도…. 멋없이 걱정만 앞세우는 내게도 이즈음의 눈은 제법 귀한 선물 같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을 정도의 눈이라면. 그 평화를 기꺼이 두 손으로 받고 싶다. 긴 시간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만 한 이에게 짤막한 메시지를 보내고도 싶다. 평화, 평화를 빈다고. 아직 시들지 않은 눈송이의 힘을 빌려.

방문객은 그러나, 기약이 없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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