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시민들 거리 나와 항의 시위
과도정부 “외국인 소행” 달래기 나서
이슬람 단체 소속 밝혀져… 불안 고조
이 공격에… 가자 어린이 등 21명 숨져
오랜 내전을 끝내고 과도정부가 들어선 시리아에서 크리스마스트리가 괴한에 의해 불타는 사건이 발생하며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이슬람주의 세력이 중심이 된 과도정부 통치하에 소수종교와 소수민족이 탄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시리아 중부 도시 수카일라비야의 중앙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 최근 복면을 쓴 괴한들에 의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수카일라비야는 다민족·다종교국가인 시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대표적 도시다. 시리아 기독교 중심지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상징물에 방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하자 시리아 전체 기독교인들이 분노해 거리로 쏟아져나와 과도정부가 종교적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시위대가 십자가와 시리아 국기를 들고 행진하며 “우리는 십자가를 위해 우리 영혼을 바칠 것”이라고 외쳤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일단 기독교인 달래기에 나섰다. 방화 사건의 책임이 외국에서 온 ‘전사들’에게 있다며 그들을 체포했다고 밝힌 것. 시리아 인권관측소에 따르면 트리에 불을 낸 이들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단체인 안사르 알타위드 소속 외국인들로 전해졌다. 시리아 반군은 내전 기간 동안 이슬람,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와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들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소수민족과 종교에 대한 박해금지 등을 모토로 삼아왔는데 내전 승리 이후 발생한 이번 크리스마스트리 방화 사건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리아 소수종교·민족과 서구사회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정권교체 과정에서 새 과도정부와 이를 주도하는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에 대한 많은 우려가 쏟아진 바 있다. HTS가 수니파 이슬람근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은 알카에다 연계조직을 모토로 창설된 HTS를 현재까지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경계하고 있다. 이에 정권교체 혼란기를 틈타 타 종교 및 종파와 소수민족을 배척하는 수니파 근본주의가 시리아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HTS의 수장이자 과도정부 실권자인 아메드 알샤라가 지난 22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레바논의 드루즈파 지도자 왈리드 줌발라트를 만나 “시리아에서 어떤 종파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포용의 뜻을 밝혔지만 이번 크리스마스트리 방화 사건으로 의혹의 시선은 오히려 짙어지게 됐다.
HTS가 여전히 반군 내에 남아있는 급진파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새 정부는 이날 “모든 파벌을 해산하고 국방부 산하에 통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BBC는 “성명과 달리 어떤 그룹이 합병에 포함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시리아에는 여러 무장단체가 있으며 그중에는 HTS에 반대하거나 모호한 관계에 있는 단체도 다수”라고 전했다. 만약 통합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겨날 경우 사담 후세인 축출 뒤 여러 종파와 소수민족이 뒤얽힌 파국적인 내전으로 치달은 이라크와 같은 비극이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성탄절을 앞두고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또다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25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과 인근 알아우다 병원, 남부 칸유니스 난민촌 등에 포격이 이어지며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21명이 숨지고 51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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