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 증거 능력 놓고서도 이견
공수처는 관련 기록 檢서 송부 못 받아
27일 尹 변론기일 2만264명 방청 신청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과 검찰이 체포조 지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등 주요 의혹에 이견을 드러내며 수사기관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체포조 의혹 수사에 나서자 국수본이 26일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공개하며 적극 반박하면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검찰이 구속 수사 중인 핵심 관계자 진술 조서를 검찰로부터 송부받지 못하는 등 수사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전창훈 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과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령부(방첩사) 측과 통화한 수사기획계장 외 국수본부장, 수사기획국장, 수사기획과장은 계엄 전후로 방첩사 측과 연락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방첩사에 정치인 등 유력 인사 체포조를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 총책임자인 우종수 국수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등 지휘부를 정조준하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방첩사가 계엄법 위반자들을 체포하러 가는 것이며, 국회 앞에 인파가 몰려 길을 안내할 인력이 필요하다고만 인식했다는 게 국수본 측 입장이다. 당시 방첩사 측으로부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체포 명단을 들었다는 일부 보도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국수본에 따르면 방첩사와 비상계엄 전후 연락한 이현일 수사기획계장은 계엄 당일인 3일 오후 11시32분, 11시52분, 11시53분 방첩사 구모 중령에게 “여의도에 인력이 출동할 예정인데 현장 상황이 혼란해 안내할 인력이 필요하다” 등의 연락을 받았고, 방첩사 측 요청에 따라 인파 관리 지원을 위해 국회 앞 수소충전소에 있던 형사 61명 중 영등포경찰서 소속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했다. 국수본 측은 “(이 경찰) 10명은 수갑 등 체포 장구를 아예 갖추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두 수사기관은 이번 사태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 수첩을 보는 시각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국수본은 노 전 사령관 수첩에서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등 표현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노 전 사령관을 이번 사태의 ‘기획자’로 지목한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이 쓰인 시점이 언제인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 이 수첩 내용을 보고했는지 등에 대해 규명된 바가 없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2017년 ‘국정 농단’ 사태 당시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안종범 수첩’과도 차이가 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위치에 있었던 반면, 노 전 사령관과 윤석열 대통령 간 접점은 아직 드러나지 않아서다. 이에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해당 수첩 내용을 작성한 경위, 김 전 장관과의 관계 등을 본격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도 수첩 관련 진술은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윤 대통령에게 29일 3차 소환을 통보했지만, 공조본 주축인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김 전 장관 등 핵심 군 관계자에 대한 수사 자료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기한이 28일 만료되는 김 전 장관 등을 기소해야 해 기록 원본을 보내기 곤란하다”며 윤 대통령·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고발장과 언론 보도 등 200쪽 분량의 기초 자료만 송부했다.
국수본은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의 출석 일자를 조율 중이다.
국회 탄핵 소추단은 24일 김 전 장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노 전 사령관 등 구속 피의자 9명을 비롯한 1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입증 계획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27일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 준비 기일엔 2만264명이 방청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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