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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보호 명문화” vs “모든 주주 고려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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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28 09:40:50 수정 : 2024-12-28 09: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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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8단체·참여연대 세미나 개최

주주 보호 공감하지만 의무화엔 이견
반대 측 “해외 입법례 없고 기업 혼란 가중”
찬성 측 “외국 대비 주주 보호 미흡해 필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거나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의무를 신설하는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8개 경제단체와 참여연대가 주주보호 의무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오후 상의회관에서 ‘밸류업과 주주보호의 주요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세미나는 대한상의를 비롯해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함께 개최했고,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비롯해 상법 및 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 약 80여명이 참석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밸류업과 주주보호의 주요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세미나에선 경제계와 투자자 측은 합병가액 산정기준이나 물적분할 후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신주배정 등 실제 문제가 되는 사례에 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또는 이사의 주주 보호의무 신설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존재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상법 개정은 지배주주 외의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자본력을 보유한 해외투기펀드에 악용될 소지가 크고 특히 중견·중소기업은 분쟁 대응에 취약하다”며 “다음 주 법사위 상법 공청회도 예정된 만큼 오늘의 논의가 국회의 합리적인 대안 모색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보 참여연대 금융법센터 소장은 환영사를 통해 “기업의 이사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고 계시다고 믿지만, 간혹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주주 대상 충실의무를 반영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며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주보호의무 입법 사례 없어”

 

세미나 첫 발표자인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이사 충실의무의 해외 입법례와 주요 논점’을 주제로 강연했다.

 

권 교수는 “상법상 이사의 의무 대상은 회사지만, 그렇다고 주주 이익을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일·일본도 이사의 의무는 회사에 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영미법은 합병 등의 경우 제한적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직접 의무를 인정하나 주주에 대한 일반적인 법적 책임을 규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구체적 행동지침과 책임 범위 등이 제시되고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실무 관행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법 해석에 대한 기업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주주보호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현행법상으로도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주주에 대한 직접손해가 발생하면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향후 이사의 주주 보호의무는 상법 개정이 아닌 현행법의 해석론과 판례의 발전을 토대로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 주주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법 개정하되 제도보완도 병행”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보호를 위한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 검토’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 교수는 우선 “외국보다 한국의 주주 이익 보호가 미흡하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우리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직재편 등 회사의 의사결정이 일반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법원이나 이사회가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보호 의무를 명문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회사의 정상적 경영활동은 보장해야 한다면서 △이사 판단을 지원하기 위한 합병·신주발행·투자 등 가이드라인 마련 △임원책임배상보험 현실화 △업무상 배임죄 기소지침 제정 등 보완책도 주문했다.

 

◆“핀셋 규제가 바람직” vs “근본 해결 위해 법 개정”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신현윤 연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권재열 경희대 교수, 김우진 서울대 교수, 지인엽 동국대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승재 세종대 교수,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권 교수는 “세계적으로 이사는 회사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는 법리가 정립돼 있는데 상법 개정안은 이에 배치된다”며 “모든 주주의 이익 고려는 이상적 관념에 불과한 만큼 자본시장법을 통해 문제 사례만 핀셋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산업구조, 임원 성과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으로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탈취가 현실화되면 기업은 단기실적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밸류업의 핵심은 기업성과이며, 전 세계적으로 녹록지 않은 현 상황에서 총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라는 모호한 개념이 상법에 도입될 경우 이사는 배임 우려로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못해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최근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합병 등 4대 자본거래에 대해 구체적 주주보호절차를 명시한 점이 포인트”라면서도 “그러나 4대 유형 외의 주주이익 침해행위도 있으므로 주주보호 일반원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현재도 주주보호를 위한 규제가 여러 가지로 마련돼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배주주 사익편취 문제를 개별 규제로 대응하는 것은 지난 30년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상법에 전체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 원칙을 선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향후 국회 공청회 등 입법 진행경과를 지켜보며 다른 경제단체들과 함께 상법·자본시장법 등 개정안이 기업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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