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무총리로서 행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방치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는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적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질서를 바로잡고 민생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탄핵을 소추했다고 주장했지만, 당분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이전보다 투쟁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27일 국무총리 탄핵 소추안 표결 전 성명을 발표하며 “내란세력의 신속한 발본색원만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유일한 길”이라며 “윤석열을 파면하고 옹위 세력을 뿌리 뽑아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는 그 순간까지, 역량을 총결집해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하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세력으로 규정하고, 국무위원 여럿이 내란죄의 공범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갈등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이 대표는 28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한다.
특히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최대의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정부의 자세는 바뀌지 않고 있어 시한폭탄이 상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한 총리 탄핵의 정족수를 우원식 국회의장이 재적의원 2분의 1로 규정한 만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해 그다음 순위의 국무위원 탄핵 소추안이 본회의에 올라오게 되면 민주당 의석수(170명)만으로 탄핵 소추안 가결이 가능하게 될 공산도 커졌다.
최 권한대행은 아직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한 총리 탄핵 전 “탄핵소추가 의결된다면 계속되는 탄핵 위협으로 행정부 역량은 위축되고 종국적으로 국무위원들의 존재 이유는 없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민주당과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에게도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를 재차 요청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상목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길 요청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 탄핵소추 표결이 “원천무효이고 투표가 불성립됐다”고 주장한다.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고 있어 그에 준하는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우 의장을 규탄하며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본회의 표결-국민의힘 불참으로 이어지는 굴레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과 달리 국회에서 공방이 지속하며 설 밥상 민심이 전해지기 전까지 연말·연초 정국은 시계 제로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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