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獨 극우 정당 지지 선언하고
숄츠 현 총리 향해선 “무능한 바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총선을 앞둔 독일 국내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나선 가운데 독일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외부 영향력의 위협’을 경고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내정된 머스크는 극우 성향의 야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사회민주당(SPD)을 이끄는 올라프 숄츠 현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오는 2월23일로 예정된 하원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연설을 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만 할 뿐 실권은 없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총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당면한 난제로 독일 경제의 악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혼란, 기후변화의 영향 확대, 이민 관리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안정을 위해 효율적인 정부와 신뢰할 수 있는 의회 다수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제사회의 불확실성 증가 또한 독일에 대한 위협 요소이나 이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다.
대신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이 정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X(옛 트위터)의 소유주로서 이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머스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투표 결정은 투표할 자격이 있는 독일 시민들만이 내리는 것”이라며 “모든 정당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수단으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머스크는 최근 SNS 글에서 “독일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AfD뿐”이라고 밝혔다. 극우 정당 AfD는 총선 공약으로 독일의 유럽연합(EU) 탈퇴, 유로화(貨) 폐기 및 마르크화 복원,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 등을 내걸었다. AfD의 총리 후보인 앨리스 바이델은 머스크의 SNS 게시물에 “그렇습니다! 당신의 말이 완전히 옳아요”라고 반기는 답글을 달았다.
반면 머스크는 사회민주주의 신봉자인 숄츠 총리를 향해선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머스크는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차량 돌진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00명 넘게 다쳤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SNS에 공유하며 숄츠 총리를 “무능한 바보”(Incompetent fool)라고 폄훼한 뒤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야유했다.
한편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독일 하원의 해산을 정식으로 선언했다. 앞서 하원이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숄츠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숄츠 총리가 이끄는 SPD는 겨우 16%의 지지율로 3위에 그쳤다. 보수 성향의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31%로 1위, AfD가 19%로 2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2월 취임한 숄츠 총리는 3년여 만에 물러나고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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