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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청년 절반, 생계 책임 “막막한 미래… 결혼 꿈도 못 꿔”

입력 : 2025-01-07 06:00:00 수정 : 2025-01-06 20: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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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1213명 실태조사

주당 평균 23.6시간 동안 돌봄
여성 59%… 30∼34세 39% 최대
100명중 8.5명은 학업까지 병행
다수 일상생활·건강 어려움 토로

“또래 애들처럼 사고 싶은 거 사고 놀러 다녀야 하는데, (부양 때문에) 좀처럼 어울리지 못합니다. 기가 죽을 때가 많아요.”(20대 돌봄청년 A씨), “저와 남동생 모두 투석 환자이고, 어머니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계세요. 장남 입장에서 보호자 역할까지 떠맡고 있습니다.”(30대 돌봄청년 B씨)

경기지역에서 가족돌봄을 수행하는 청소년·청년의 절반가량은 돌봄과 근로를 병행하며 가족 생계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주당 평균 23.6시간 돌봄을 맡고 홀로 돌봄을 떠안은 경우도 절반이 넘었다.

경기도와 경기복지재단은 이 같은 내용의 ‘경기도 가족돌봄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6일 공개했다. 도·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과 함께 지난해 2∼11월 도내 거주 13~34세 가족돌봄 청소년·청년 1213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가족돌봄 청소년·청년은 부모가 사망·이혼·가출하거나,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이 장애·질병·정신이상 등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해 구성원을 돌봐야 하는 청소년·청년을 일컫는다. 약물과 알코올 남용 등으로 가족이 노동능력을 상실한 경우도 포함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돌봄과 보조(협력)돌봄을 합해 이들의 성별은 여성이 59%로 남성(41%)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30~34세가 38.8%를 차지했고 25~29세 34.9%, 20~24세 15.2%, 13~19세 11.1% 등이었다.

돌봄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이 32.5%, 3년 이상∼5년 미만 26.0%였다. 9년 이상 돌봄을 지속해온 경우도 17.6%에 달했다. 돌봄 대상자의 건강 상태는 치매(21.1%), 중증질환(20.8%), 만성질환합병증(19.3%), 등록장애인(18.7%)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의 51.9%는 가족돌봄과 근로를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9.6%는 가족돌봄과 학업을 병행했고, 8.5%는 가족돌봄에 학업, 근로까지 동시에 했다. 또 가족돌봄 청소년·청년의 49.7%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층면접에선 직장·학교생활, 건강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가족 간 경험하는 갈등과 독립·결혼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한계상황을 불러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20대 C씨는 “지적장애를 앓는 30대 형과 함께 사는데 이미 결혼은 포기했다”며 “모든 걸 이해할 여자는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형편상 야근을 할 수 없어 직장 동료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수당도 그만큼 적게 받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돌봄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사회복지시설 이용 경험이 없는 응답자가 48.6%나 됐다. 어디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정보가 없어서(30.9%), 시설 이용에 대한 안내 부족(18.3%) 등을 이유로 꼽았다. 가장 필요한 서비스는 돌봄대행 서비스(32.2%)였으며, 학업과 근로를 병행하는 응답자의 경우 식사 지원 서비스(25.0%)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들이 겪는 심각한 부담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지원책과 서비스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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