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저조한 성적에 미안함 표시
9일 카라바오컵 4강전 필승 각오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는 누구인가’ 논쟁에서 손흥민(33·토트넘·사진)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축구선수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에 등극했던 손흥민은 발롱도르 후보에 오르는 등 한국 축구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손흥민이 ‘한국인 역대 최고 축구선수’로 확실하게 꼽히지 않는 건 바로 ‘우승경험’이 없다는 흠 때문이다. 이런 손흥민이 토트넘과 1년 계약 연장에 상호 합의하면서 내년까지 팀에 남게 됐다. 과연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무관의 한을 벗을 수 있을까.
손흥민은 2015∼2016시즌부터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431경기에서 팀 역사상 4번째로 많은 169골을 넣었고, 토트넘 역대 최다인 68개 도움을 적립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손흥민과 함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EPL 준우승을 차지했을 뿐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5위에 머무르며 UCL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고 올 시즌엔 리그 12위까지 밀린 상태다.
우승을 위해 뛰어난 선수가 필요한 토트넘은 손흥민과 1년 계약 연장 옵션 발동을 놓고 ‘에이징 커브’를 우려하며 고민했다. 이런 박한 대우에 손흥민이 우승권에 있는 빅클럽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토트넘은 내가 사랑하는 구단이자 모두가 뛰기를 원하는 클럽”이라며 “10년간 함께한 토트넘에서 1년 더 있게 된 것은 나에게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계약 연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손흥민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드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정상급 기량을 가진 공격수를 갖고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좀 위험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만약 손흥민이 리버풀에서 뛰었다면 지금보다 득점력이 나았을 것”이라며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가 토트넘에서 뛴다면 지금 같은 경기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깜짝 발언했다. 이어 “살라흐처럼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응집력 있고 탄탄한 힘을 가진 팀이 뒤에 있어야 한다”며 “지금 토트넘은 부족하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고, 그땐 손흥민이 부활하는 걸 모두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토트넘의 1년 연장 옵션 제안도 속 시원하게 얻어내지 못할 만큼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손흥민은 “이런 힘든 시기는 언제나 올 수 있고, 나쁜 시절이 있으면 항상 좋은 순간이 따라오기 마련”이라며 “땅을 박차고 점프해 다시 올라서야 할 때가 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토트넘은 9일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준결승을 치른다. 계약 문제를 마무리 지은 손흥민이 부담을 털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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