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시작된 의·정 갈등이 12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14만 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에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이 8일 당선됐다. 김 신임 회장은 한때 온건파로 분류됐지만 의료 대란을 거치며 의료개혁 중단 등을 주장한만큼 의협 차원의 강경 대응이 이어질 전망이다.
의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까지 이틀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의협 회장 결선투표 결과, 김택우 회장이 전체 2만8167표 가운데 1만7007표(60.38%)를 얻어 회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1만1160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김 회장은 “엄중한 시기에 선택해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다. 현 사태를 제대로 해결해 달라는 회원들의 간절함과 절박한 마음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현재 대한민국은 의료대란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많은 위급함이 나타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먼저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생 교육이 가능한지 대한 마스터플랜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2026년도에 어떻게 할지 답이 나올 것”이라며 “아울러 모든 게 비정상화한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14만 의사들의 권익을 위해 뛰겠다”며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전문가 단체로서 의협의 위상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회장이 막말과 불통 논란 속에 6개월만에 탄핵당하면서 치러졌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2위를 상대로 이날까지 결선 투표가 치러졌다.
김 회장은 지난해 2∼4월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아 정부를 향한 강경 투쟁을 지휘했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의사 면허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개원의로 활동하는 그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은 정부를 향해 “현재 추진하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잠정 중단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지금 대통령이 궐위 상태이므로 대통령이 추진했던 모든 정책은 잠정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9일 토론회에서 그간 논의한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도수치료 등 일부 비중증 과잉 비급여(건강보험 미지원) 항목에 대해 현행 선별급여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관리하고, 비급여와 급여 진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병행진료’의 급여 적용을 제안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병의원에서 환자에 ‘실손보험으로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며 비급여 치료를 권유하는 행위도 금지될 전망이다.
앞서 의협은 이에 ‘부당한 규제 추진을 중단하라’는 입장을 낸만큼 정부의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방안에 대한 대응이 김 회장의 첫 번째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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