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범위 확대는 대선서 與 공격 목적
위헌 요소 없는 양당 합의안 마련해야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그제 내란 특검법안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해 재발의했지만, 또 다른 독소 조항이 논란을 빚고 있다. 야당은 대법원장에게 특검 후보 2명의 추천권을 부여하고 야당이 거부하고 재추천하는 비토권도 삭제했다. 수사 인력은 총 205명에서 155명으로 축소했고,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에서 150일로 줄였다. 대신 특검 수사 범위에 외환죄를 새로 추가했다. 기존 내란 특검법이 지난 9일 국회 재표결에서 2표 차로 부결되자 내놓은 수정안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안 수정안을 14일 또는 16일쯤 처리할 예정이다. 야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검을 고르겠다는 욕심을 접은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지만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은 정략적인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특검수사대상에 적시된 외환죄 혐의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 전단 살포 확대, 북한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지시,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의 항목을 봐도 그렇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공격 위협에 대한 맞대응 조치들이 아닌가. 야당은 북한을 자극해 전쟁이나 무력 충돌을 유도하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
해외 분쟁 지역 파병까지 포함된 건 누가봐도 억지다.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현역 군인을 파견한 적이 없다. 수정안에는 군사상·공무상·업무상 비밀을 압수 수색 대상으로 하는 조항도 그대로 유지돼 국가 안보를 저해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니 “사실상 모든 수사가 가능해져 민주당 산하에 검찰청을 새로 만드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닌가. 야당은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하면서 “여당이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한 부분을 전면 양보했다”며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야당이 특검수사 대상을 확대한 의도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치러질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대선 기간 내내 국민의힘 등 여권을 특검수사로 공격해 지리멸렬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내달 중 특검이 출범한다면 오는 7월까지 내란 수사가 가능하다. 특검 측이 수사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할수록 여당의 ‘내란 공범’ 이미지는 짙어질 것이다. 특검은 수사 대상은 물론이고 과정도 공정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야당은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를 늘리기 위해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이 정도로는 목적 달성이 쉽지 않을 듯하다. 당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포장만 바꾼 박스 갈이 특검법에 불과하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경찰이 볼썽사나운 주도권 경쟁을 하며 중구난방 수사에 나서면서 부실과 혼선우려가 커져왔다. 이런 수사의 난맥상을 해결하는 방법은 특검 출범뿐이다.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게 쉽진 않겠지만 내란 특검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의힘도 수사 범위 등에 위헌적 요소가 없는 독자적 특검법안을 조속히 발의해 야당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사를 늦추기 위한 ‘시간 끌기 전략’으로 비쳐 민심의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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