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독일 극우 정당과 대담을 강행하며 극우 지원과 내정간섭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머스크는 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로 75분간 생중계한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AfD) 공동대표와 대담에서 “AfD에 투표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며 “바이델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는 제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 테슬라 공장을 지을 때 서류 2만5000장을 인쇄해야 했다며 독일 관료주의를 비판하고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독일 주간지에 “AfD가 이 나라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며 AfD를 지지하는 기고를 실어 정치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머스크가 지원하고 나선 AfD가 나치를 옹호하는 등 다수 논란을 일으킨 극우세력이라 전 세계적으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바이델 대표는 이날도 나치의 산업시설 국유화를 근거로 “아돌프 히틀러는 보수 아닌 사회주의자이자 공산주의자였다”고 말했다. 독일 매체들은 이 주장이 대표적인 뉴라이트 역사수정주의라고 반박했다. 바이델 대표는 “2015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가 불법 이민자들에게 국경을 개방했다”, “독일에서 범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머스크는 독일의 탈원전 정책과 화성 탐사,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 얘기했으나 대체로 대담은 바이델 대표의 일방적 주장으로 진행됐다. 머스크는 바이델 대표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는 정도였다.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의 자네트 호프만은 ARD방송에 “두 사람이 서로 할 말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머스크가 AfD의 정책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독일에서는 머스크가 극우정당 AfD의 실체를 모른 채 지지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화석연료에 친화적인 AfD가 브란덴부르크주의 테슬라 공장을 가장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AfD 브란덴부르크주 지부는 공장 설립 당시 “머스크가 전기차에 이어 이제는 사람들 머리에 칩을 심으려 한다”고도 비난했다.
AfD는 테슬라가 추진 중인 공장 확장계획에도 좌파당과 함께 지역의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테슬라 독일공장장 안드레 티에리히가 지난해 9월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 당시 직원들에게 AfD에 투표하지 말라고 호소했다고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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