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145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30분 현재 전날 종가보다 9.3원 오른 1455.3원을 보이고 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에 대한 입장을 강조하며 환율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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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이날 세계일보에 “트럼프의 발언 때문에 무역분쟁 이슈가 커진 게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앞서 트럼프는 다음 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는데 여기에 더해 오늘 브릭스에 한 말이 큰 타격이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CIS)를 언급한 뒤 “대놓고 적대적인 이들 국가가 새로운 자체 통화나 기존 통화로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도록 확약받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 국가에는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이들은 번창하는 미국 시장과 작별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계속되는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에 강하게 경고한 것이다.
여기에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건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연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로 유지했다.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잠재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 신중론에 들어선 만큼, 우리 한국은행도 경기 부양만을 명분으로 계속 금리를 낮추는 데 부담인 상황이다.
한은만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면, 원화 가치 하락과 함께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2월까지 두 차례나 금리를 묶기에는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이후 정치 불안까지 겹쳐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당초 한은 전망치(2.2%)보다 0.2%p나 낮은 2.0%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4분기 성장률(전분기대비)은 저조한 건설투자(-3.2%) 등의 영향으로 0.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IB) 해외 전망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 눈높이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도 씨티가 1.5%에서 1.4%로, JP모건이 1.3%에서 1.2%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월 인하 이후 한은이 연내 단 한 차례만 추가로 더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날 FOMC 회의에 앞서 “미국 물가 지표가 기존 전망보다 좋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의 관계도 매끄럽지 않은 만큼 연준은 1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한은이 연준 결정을 계속 의식할 텐데, 연준의 점도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나 한은 모두 올해 많아야 두 차례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책,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국내 정치 상황 호전에 따른 원/달러 환율 진정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한은은 올해 2월을 포함해 상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를 0.50%p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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