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경영진이 회생 신청으로 밀린 납품대금·임대점포 정산금 등 상거래 채권을 전액 차례대로 변제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중소·영세 협력사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대기업 채권을 이어서 갚겠다고 전했다. 이달 4일 회생 개시 후 상거래 채권은 모두 정상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홈플러스 각자 대표인 김광일(MBK 부회장) 부회장과 조주연 사장 등 경영진은 이날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조 사장은 “이번 회생절차(법정관리)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함으로써 이번 회생절차로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어 “법원에서 홈플러스의 펀더멘털(기초)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신속하게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해 빠르게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협력사를 제외하고는 상품 공급이 거의 다 안정화됐고 금융채권(2조원대) 상환이 유예되면서 금융 부담이 크게 경감돼 현금 수치도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전날까지 상거래채권 3400억원 상환을 마쳤다”며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기준 현금시재가 약 1600억원이며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협력사와 임대 점주들께 지불할 상거래채권은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물품·용역대금 3457억원과 올해 1∼2월 점포 임차인(테넌트)에 대한 정산대금 1127억원 등 모두 4584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라고 승인했다.
조 사장은 “협력사와 임대 점주들이 정상화에 적극 협력해 전날 기준 하이퍼(대형마트), 슈퍼, 온라인 거래 유지율은 95% 수준”이라며 “몰 99.9%, 물류 100%, 도급사 100% 등 나머지 부분들은 회생절차 개시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지난 4일 회생절차 개시 후 홈플러스 영업 실적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영업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실적 지표를 보인다”며 “4일 이후 한 주 동안의 매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작년 동기보다 13.4% 증가했고 고객 수도 5% 증가하는 등 회생절차와는 상관 없이 좋은 성과를 보인다”고 전했다.
조 사장은 실적 개선과 관련해 “2022년 선보인 식품특화 매장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점포의 매출 증가, 온라인 부문의 성장, 멤버십 회원 수가 1100만명을 초과하는 등 고객 기반이 많이 늘어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지속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앞으로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양해와 도움을 당부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하기는 어려워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들의 채권을 우선순위로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대기업 협력사의 양해가 꼭 필요하다.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 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하겠다”고 했다.
홈플러스 측은 대기업 대금에 대해 100% 상환을 약속하되 5월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회생 개시일 이후 상거래 채권은 대기업을 포함해 모두 정상 지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다수 점포를 매각 및 재임대(세일즈앤드리스백)해 경영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에 대해 “세일즈앤드리스백은 다른 기업에서 많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점포 매각 자금을 홈플러스 운용자금으로 투입했다”며 “홈플러스의 줄어든 매장 수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고 직원도 모두 정규직화해서 자연 퇴사율이 타사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회생신청을 신용등급 하락 최종 결정이 나기 전부터 준비했다는 의혹에는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임대료 재조정 여부, 전자단기사채(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해달라는 요구, 회생 계획에 추가 점포 매각안이 담겼냐는 질의 등에는 “회생이 개시됐기에 사측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회생은 채권자와 채무자, 법원이 협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말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홈플러스는 채권조사·재산실태 및 기업가치 조사 등 절차를 거쳐 6월 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기업은행은 이날 홈플러스 법원 기업회생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홈플러스의 전반적인 상황, 대금지급 동향 및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권의 금융지원 현황 등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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