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수십대 차벽으로 갈려 “상징적”
탄핵소추안 통과 촉구 집회 때 응원봉·이색깃발도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렸다. 탄핵심판 선고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양측 집회 모두 인파로 붐볐다. 광화문 광장은 경찰이 탄핵 찬반 집회 간 충돌에 대비해 세운 두겹의 ‘차벽’으로 갈렸다.

15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 세종대로에선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3만5000명이 참석했다. 광화문 바로 앞인 동십자각 쪽에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명동 근처에선 민주노총이 탄핵 촉구 집회를 열었는데 각각 경찰 비공식 추산 5000명, 1만3000명이 집결했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경찰버스 수십대로 차벽을 두겹으로 세워 충돌을 막았다. 대규모 인파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로, 대국본 측은 원래 예고했던 안국역으로 행진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10여명이 탄핵 촉구 집회 근처에서 “빨갱이들”이라고 외치자 현장에 배치된 경찰이 바로 나서 제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탄핵 촉구 집회에 나온 오모(34)씨는 “난 사회가 진보하려면 갈등이 필요하다고 믿는 갈등주의자”라면서도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려고 노력해야 갈등이 한발짝 나아가는 건데 지금은 말이 안 통해서 바리케이드 있는 게 맞지만 상징적인 게 크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이 차벽으로 나뉜 것이 탄핵을 두고 찬반 여론이 격돌하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설명이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선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주장이 난무했다. 이날 집회에 연사로 무대에 오른 김국성씨는 탈북자로, 북한 정찰총국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에 간첩을 파견하는 일을 했다며 “청와대와 국회, 국방부,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간첩이 안 들어간 곳이 없다”고 했다.

집회 현장에선 헌재 결정이 길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강원 원주시에서 왔다는 이상길(58)씨는 “헌재 평의가 길어지니까 우측에 너무 빠진 국회의원들이 살아나고 있다. 선동하고 있다”며 “그 전에 빨리 헌법 내에서 선고가 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에 쳐들어가자는 이런 사람들이 헌법을 파괴하는 자들이지,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냐”며 “(지금의 갈등을) 화합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합의점 찾기가 내 세대에서도 어려울 것 같다. 다음 세대에 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강병일(65)씨는 “내 친구 중에서도 탄핵 반대 집회 다니는 사람 있다. 동시대 사람들 생각 다를 수 있으니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헌재가 빨리 판결하고 빨리 새로운 정부가 구성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촉구 집회 때처럼 아이돌 응원봉과 재치 있는 깃발들이 눈에 띄었다. 탄핵 촉구 집회에선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노래 ‘위플래쉬’가 울려 퍼졌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아이돌 응원봉들이 파란색, 분홍색, 녹색, 흰색 등 다양한 빛깔을 냈다. 노조 깃발 외에도 ‘전국점성술사연합’ ‘서대문떡잎마을방범대’ ‘철학흥신소’ 등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색깃발이 휘날렸다.
서울에 산다는 김모(34)씨는 “계엄 사태가 터지고 무력하고 화가 났는데 현장에 오면 인류애가 차오르면서 희망이 있구나 생각이 든다”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마음이구나 생각이 들고 동질감이 느껴진다. 비슷한 생각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현장을 경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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