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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의는커녕 통보조차 없어… ‘대미 외교’ 공백 노출

입력 : 2025-03-16 18:44:01 수정 : 2025-03-17 07: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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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감국 지정 늑장 대응’ 도마

尹 “마음먹으면 1년 내 핵무장” 발언
美, 한국 내 핵무장론 확산에 예의주시
비상계엄 사태로 감시 강화 나선 듯

정부 두 달째 몰라 … 韓·美 간 소통 우려
파장 커지자 美 “적대관계 의미 아냐”
“동맹 신뢰 차원 지정 철회 강력 요구”

미국 에너지부(DOE)가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올렸지만 두 달 동안 정부가 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늑장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 측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고도 아무런 설명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따른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 또는 자체 핵무장에 대한 국내 지지 여론 확산이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미 외교 허점을 노출한 만큼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외교부는 뒤늦게 “사태 파악 중”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미국의 민감국가 분류 조치와 관련한 질의에는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며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

16일 외교부는 미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추가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감국가 지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1월 초 이뤄졌는데, 정부는 이를 두 달째 인지하지 못했다. 최근 비공식 경로를 통해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동맹 간 신뢰 훼손, 소통 부족 등이 노출되면서 한·미 관계 위기론이 재점화하는 조짐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지정은 국내 정치권과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 부상한 핵무장론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자체 핵무장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동맹 약화 분위기 속에 처음 거론됐다가 윤석열정부 등장 이후 수면 위로 부상했다. 국내 핵무장 지지 여론은 70%를 넘어섰다. 핵무기 개발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분출되면서 핵 비확산 체제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배경 아래 한국은 ‘핵확산 요주의국’에 가까워졌고,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월 ”한국은 마음을 먹으면 1년 이내에 핵무장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있다”고 공언했다. 한국 독자 핵무기 개발 추진 가능성에 미국이 더욱 경계하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70년대 핵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또 우리 과학자들이 2000년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우라늄 0.2g을 분리 실험해 농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기도 했다.

미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이 과거 역사적으로도 전례가 있고, 최근 북핵 대응의 일환으로 독자 핵무장 여론도 확산하고 있는 만큼 핵 비확산 측면에서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주도한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이러한 우려에 확신을 더한 셈이 됐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 일부 미 전문가들이 ‘통제 불능한 민주주의 국가의 핵무장은 위험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DOE가 계엄만으로 위험 국가를 판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감시 강화에 대한 재확인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동맹국에 충분한 사전 통보와 협의가 없었다는 점은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교수는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의 위신과 명예를 훼손하는 조치인데 미리 논의하지 않은 것은 강력 항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한국민의 미국 불신과 반미 정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한·미 동맹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조속히 민감국가 지정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간 외교적 파장이 커질 분위기에 미국은 일단 수습에 나섰다. 미 정부는 “목록에 포함됐다고 반드시 적대적 관계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많은 지정국이 우리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문제에서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 달리 ‘최하위 범주’ 국가로 분류돼 실질적인 제한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양국 연구진 간 밀착 협력에 미칠 심리적 영향, 경제·안보 관련 이견이 생길 때 이번 사태가 갈등을 키울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 대응이) 늑장대응 수준을 넘어선 외교 포기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감국가 대응 부실 원인이 야당의 탄핵 남발 때문이라고 맞불을 놨다.


정지혜·서필웅·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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