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눈기록 15년 만에 경신
“역대 가장 늦은 대설특보” “3월 중순은 최초”
때아닌 많은 눈에 출근길이 평소보다 혼잡한 모습이었다.
18일 오전 서울 도심 곳곳에선 차들이 교통 체증 속에서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안전 운전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출근길 직장인들도 바쁘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대신 종종걸음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아침에 일어나고 재난 문자가 온 것을 보고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면서 “하마터면 늦을 뻔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초등교사 이모(31)씨는 “차에 쌓일 정도로 눈이 올 줄 몰랐다”며 “출근 탓에 어쩔 수 없이 차를 가지고 나갔는데, 정말 조심히 운전했다. 3월 중순이 지나서 이렇게 눈이 내리는 건 예상 밖”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새벽에 내린 눈과 기온 하강으로 출근길 미끄럼사고 위험이 높다”며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 차량 운행 시 안전거리 확보 및 감속 운행 바란다”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도 재난문자를 통해 내부순환로와 동부간선로 등에서 출근길 서행 안전운전을 당부했다.

서울은 따뜻한 날씨로 눈이 오자마자 금세 녹았다.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시민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33)씨는 “눈은 맞아도 털면 되니까 우산 안 들고 나왔는데 금방 녹아 옷이 다 젖었다”며 “안 그래도 북적이는 출근길 지하철이 옷가지가 축축해진 사람들과 물 떨어지는 우산들로 뒤섞여 더 정신없었다”고 말했다.
눈 내린 도로도 흥건해졌다. 출근길 시민들은 물구덩이를 피해 이리저리 뛰는 모습이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모(38)씨는 “날씨가 따뜻해져 여름 신발을 신고 왔더니 양말이 다 젖었다”고 했다. 눈길에 도로도 막혀 평소보다 10분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
안국역 일대는 시위 통제와 눈으로 더욱 정체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서대문구로 출퇴근하는 김지수(24)씨는 “시위 통제 때문에 평소보다 20분 늦었다”며 “평소에도 한남대교부터 종로까지 꽉 막히는데 오늘은 더 심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도심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17.9㎞, 서울시 전체 통행 속도도 시속 21.4㎞를 기록했다. 강변북로(동호대교 북단∼반포대교 북단), 청계천로(청계 2가∼광교) 등은 시속 14㎞, 동부간선도로(성동JC∼동부간선도로∼강변북로램프)도 시속 26㎞로 정체됐다.
눈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곳곳에서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18분쯤 내부순환로 성산 방향 정릉터널 입구에서는 차량 간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6시36분쯤 성수대교 북단 방향에서는 승합차 1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중앙 난간을 들이받았다. 두 사고 모두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서울은 8.9㎝, 경기 의정부와 포천은 각각 13.8㎝와 12.0㎝의 눈이 쌓였다. 같은 시간 강원 화천과 철원(외촌)은 14.3㎝와 14.0㎝, 충남 당진과 세종(전의)은 9.0㎝와 5.2㎝, 전북 무주 설천봉과 진안(동향)은 9.5㎝와 6.4㎝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서울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것은 관측 이래 3월 중순 최초로, 역대 가장 늦은 대설특보 기록(2010년 3월9일)을 15년 만에 경신했다.
이번 강수량은 늦은 오후 수도권과 호남부터 그치기 시작해 밤이 되면 대부분 지역에서 종료될 전망이다. 다만 제주 산지에서는 19일 새벽까지 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 산지와 동해안에는 오후까지 시간당 3~5㎝,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10㎝ 이상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앞으로 더 내릴 눈의 양은 강원 산지·동해안 10∼30㎝(많은 곳 40㎝ 이상), 경북 북동 산지·경북 북부 동해안·울릉도·독도 10∼20㎝, 강원 내륙 5∼15㎝(최대 20㎝ 이상) 등이다. 수도권(경기 북동부 제외)과 서해5도, 대전·세종·충남(남부 서해안 제외), 전북 서부·전남 동부 내륙·부산·경북 북부 내륙·경북 남부 동해안에는 1∼5㎝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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