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앞 지켜 감사” 지지층만 챙겨
사저 인근 ‘다시 윤석열’ 현수막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향후 ‘사저 정치’를 이어가며 6·3 조기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6개월여 만인 11월7일 관저로 거처를 옮긴 지 886일 만에 관저에서 나와 서초구 서초동 사저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 퇴거 직전 변호인단을 통해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나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그 대신 윤 전 대통령은 “지난겨울에는 많은 국민, 청년들께서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주셨다”며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퇴거에 앞서 관저를 찾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과 20여분간 인사를 나눴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를 끝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당일 연차를 내고 관저를 찾은 200여명의 대통령실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직원들은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따뜻한 리더’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를 배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비상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나와 보수 성향 단체 자유대학 소속 대학생 등 지지자들과 직접 인사하기도 했다. 또 서초동 자택에 도착해 기다리던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윤 전 대통령은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뭐 5년 하나 3년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택 앞에는 지지자 500여명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의원과 변호인단 석동현 변호사,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13일 윤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서초구 사저 인근에는 “다시 윤석열, 다시 대한민국!”이라고 쓰인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한 펼침막에는 QR코드가 새겨져 있었는데, 연결된 사이트에는 탄핵정국과 중국 음모론 관련 유튜브 영상 링크가 게시돼 있었다.
사저 건물 앞에는 ‘윤 전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한 지지자 3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Make Korea Great Again’(다시 대한민국을 위대하게)이라고 적힌 빨간색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정빈(45)씨는 “계엄 이후 한남동과 구치소, 헌법재판소와 사저까지 지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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